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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경수로 사업 사실상 종료/ 11년功 허사로…韓·美·日 모두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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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경수로 사업 사실상 종료/ 11년功 허사로…韓·美·日 모두에 상처

입력
2006.01.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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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호지구 신포경수로 공사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키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남측 공사 관계자들이 8일 모두 남쪽으로 철수했다. 2~3월 중으로 예정된 KEDO 이사회의 경수로사업 종료 발표라는 요식행위가 남아 있지만, 경수로사업이 사실상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1994년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11년3개월 만의 종언이었다. 97년 8월 부지공사가 시작된 뒤 많을 때는 1,500여명의 근로자가 북적거렸던 현장은 이제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 더미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경수로 종료는 남ㆍ북ㆍ미 모두에 상처

신포 경수로의 운명은 태생적으로 불안했다. 북미간 타협으로 경수로 건설이 시작됐지만 94년 합의 때부터 미국은 경수로에서 한 발 빼려 했고 오히려 한국 정부가 책임의 대부분을 떠안았다. 미국은 특히 2001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수로 반대입장으로 선회, 공사 진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경수로 사업종료 대신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겠다는 중대제안을 내놓은 것은 고육지책이었다. 미국이 경수로 건설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업 종료는 한국 북한 미국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전력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낙인 찍힌 북한, 1조3,556억원의 세금을 쏟아 붓고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한국,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합의를 깬 미국 등 모두가 패자다. 특히 11년을 허비했다는 사실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인 해결 전망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물론 신포 경수로를 고리로 북미 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9ㆍ19 공동성명에 “적당한 시점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한다”는 합의가 남아있는 만큼 신포 경수로가 언젠가는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또 국민 세금이 대거 투입됐지만, 불가피한 평화비용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11년 동안 쏟아 부은 돈은 어떻게 되나.

98년 11월 KEDO 이사회는 경수로 건설비용으로 46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각국의 분담비율을 정했다. 한국이 70%, 일본이 22%를 떠안고 나머지 비용은 미국이 책임지고 조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투입된 15억6,000여만 달러 가운데 한국이 11억3,700만 달러(1조 3,556억원), 일본이 4억700만 달러를 부담했다. EU도 1,800만 달러를 냈다.

한미일 3국은 또 KEDO 사무국 운영비로 10년간 각각 약 3,500만 달러 안팎을 썼고, EU가 800여만 달러를 떠안았다. 미국은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95년부터 매년 50만톤 정도, 총 356만톤의 중유를 북한에 지원했다. 3억4,776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 같은 천문학적 비용은 일단 날라가게 됐다. 애초 KEDO는 경수로사업에 소용되는 공사비를 한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차관 융자 방식으로 빌렸다. 한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2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했고 다시 국채를 발행해 원리금을 갚는 ‘돌려막기’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KEDO는 경수로 완공 후 북한으로부터 이 돈을 돌려받아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어져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북미 갈등과 추가 비용 부담 우려

경수로 사업종료 이후 청산과정의 비용도 있다. 정부는 1~2년 정도 소요되는 청산과정에서 약 2억 달러(2,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경수로 건설 주계약자인 한전에 지급해야 하는 각종 손실비용, 건설업체들의 국제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부담했던 비용이 많은 만큼 청산과정에서는 따로 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이 반발하고 있어 일부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의 반출 불허조치에 따라 건설현장에 놓고 나온 각종 장비와 자재 비용도 적지 않다. 굴삭기 지게차 크레인 덤프트럭 등의 중장비 93대와 버스 지프 승용차 등 차량 190대, 철근 6,600톤, 시멘트 32톤 등 455억원 어치다.

북한의 추가 보상 요구도 문제다. 북한은 지난해 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경수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제네바 합의 파기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대북 전력송전이나 9ㆍ19 공동성명의 경수로 공급 논의과정에서 북미간 지루한 대결이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2월 KEDO에 건설현장 잔류인력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 사실상 추방조치를 취했다. 이런 조치들은 미국의 강경기류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더 큰 북핵 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 신포경수로는 어떤곳?

북한 함남 금호지구 신포경수로는 1994년 10월 1차 북핵위기를 봉합한 북미 기본합의서(제네바합의)로 탄생했다. 북한이 영변 등지의 핵 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책임지고 2003년까지 200만㎾의 경수로를 제공하고 완공 전까진 대체에너지로 중유를 공급한다는 게 합의의 골자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한국 미국 일본 등을 이사국으로 출범했다.

경수로 건설은 97년 8월 착공식 이래 98년 11월 공사비 재원 분담안이 확정될 때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 방북 당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개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렸고, 결국 이번에 사실상 종료의 길을 걷게 됐다. 핵 문제로 인해 등장했던 사업이 또 다른 핵 문제로 사라지는 기구한 운명이 된 것이다.

정상원기자

■ 장선섭 사업지원기획단장/ "北도 손 흔들며 아쉬워해…추방 아니다"

장선섭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단장은 8일 “경수로 공사현장 인력이 안전하게 철수해 다행”이라며 “철수는 결코 추방 형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방북, 현장에 남아있던 57명을 데리고 8일 배로 철수, 속초항에 도착했다.

_장비를 고스란히 북에 남겨놓고 철수해 사실상 추방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이 끝나서 오는 것이다. 북도 손을 흔들며 아쉬워했다. 추방이면 손을 흔들겠느냐. 미리 준비도 했지만 통관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미 지난 연말 절반이 철수했고 이번에 나머지 요원들이 철수한 것이다.”

_공식 종료 발표는 언제 하나.

“KEDO 이사국들과 협의 중이다.”

_청산비용은 어떻게 분담하나.

“복잡한 문제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고 당사자도 많다. 사업참여 회사가 66개이고 계약도 100건이 넘는다. 법적, 재정적 문제가 얽혀있어 간단하지 않다.”

_미국은 선(先) 종료선언, 후(後) 정산을 주장하나 우리는 반대 수순을 생각한다는데.

“그렇게 도식화하기 어렵다.”

_청산 비용에는 무엇이 포함되나.

“사업참여업체가 입은 손해와 KEDO가 진 빚 등 다양하다.”

_청산비용만 1억5,000만∼2억 달러가 든다는데.

“사업자들의 클레임(계약위반에 따른 보상요구)을 다 받아봐야 알 수 있다. 클레임은 종료선언 이후 받아야 할 것 같다. 주사업자인 한전이 그 정도 될 것이라고 봤는데 변수가 많아 늘 수도, 줄 수도 있다.”

_우리 투자비용은 국채발행으로 마련했는데 어떻게 벌충하나.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_경수로 부지는 향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북측도 경수로 부지를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향후 이용계획은 KEDO이사국들이 협의할 사항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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