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은 여권에 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제3의 대선후보로 띄우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스스로 이를 시인한 셈이다.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은 8일 청와대 홈페이지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이 의중에 둔 차세대 지도자로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 외에 정세균 산자부장관 내정자, 천정배 법무장관, 유 내정자 등 5명을 꼽았다. 윤 비서관은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의원이 역량있는 지도자감이라는 것은 당내 선거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면서 “노 대통령은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의 액면은 단연 유 의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가장 선호한다고 예단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차세대, 차차세대의 지도자군을 키우겠다는 일반적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원론적인 해석을 한다 해도 노 대통령이 정동영ㆍ김근태 카드 외에도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미 밝힌 5인 외에 이해찬 총리, 김혁규 의원, 김두관 청와대 정무특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도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이해찬 총리는 주목할 만 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노 대통령은 이 총리의 국정통할 능력을 평가한다”고 언급하는 대목은 음미해볼 만 하다. 이 총리의 의원 보좌관을 지낸 유 의원을 중용한 것도 결국 이 총리를 띄우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보태지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노심(盧心)은 중립”이라는 원론을 강조하지만, 승부를 선호하는 스타일로 볼 때 노 대통령이 중립지대에 머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는 현실적으로도, 당위론적으로도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YS DJ도 임기 말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의 약세도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점에서 ‘제3의 대안 모색’은 국정실패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다는 혹평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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