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군 사병이 7일 강도살인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은 일본 경찰이 미일 주둔군지위협정을 근거로 범인 인도를 요구하자 이날 미군 사병의 신병을 넘겨주었다.
미국 정부가 1995년 미일 주둔군지위협정의 운용을 개선한 후 기소 전 미군의 신병을 일본측에 인도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지만 중범죄인 살인 혐의로는 처음이다.
8일 가나가와(神奈川)현 경찰에 따르면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승무원인 윌리엄 리스(21) 일등 항공병은 3일 새벽 시내 한 건물 입구에서 파트 타임 사원인 일본 여성(56)을 구타해 숨지게 한 후 현금 1만5,000엔을 털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 방범 카메라의 기록 등을 통해 리스 일병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찰은 6일 요코스카 미군 기지 내에서 리스 일병을 조사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리스 일병의 상의와 만원권, 오천원권 지폐에 묻어있는 혈흔에 대한 DNA 조사를 추진하는 등 증거 확보 수사에 나서고 있다.
미군측은 리스 일병을 일본 경찰에 인도하며 이번 조치가 이례적으로 ‘신속한 것’임을 강조했다.
제임스 케리 주일 미 해군사령관은 “일본의 경찰이 사건 발생 3일 후 미군기지 내에서 용의자 조사를 한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일미군 재편을 추진중인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기지 지역 주민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1960년 체결한 미일 주둔군지위협정은 미군 범죄자의 경우 현행범이 아닌 이상 기소 후 미국 정부의 인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95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 의한 소녀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흉악범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고려한다’는 선으로 물러났으며 결국 2004년 ‘미국 수사관계자의 입회’를 전제로 미군 범죄자의 기소 전 신병 인도에 완전 합의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