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는 아줌마들. “오랜만에 맘 먹고 집안 정리했어요!” 유모차 밀고 아기와 함께 오는 젊은 엄마들. 녹색가게 문 닫으려는 순간 학교 수업 끝내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중고등학생들. “교복 블라우스 하나 더 사려고요” “체육복이 없어져서요. 우리 학교 것도 있나요?”
이사를 앞두고 정리한 살림, 아이들이 자라면서 쌓여가지만 이제는 쓰지 않는 물건들. 흔들침대, 보행기, 유모차, 카시트, 세발자전거, 스케이트, 장난감, 동화책, 옷가지 등등. 이 많은 생활용품이 모여들어 개성과 쓰임새를 인정받고 새 주인을 만나 새 출발하는 곳, 남녀노소 누구나 찾고 계절이 바뀔 때면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곳, 그곳이 바로 녹색가게다.
녹색가게는 지역사회, 생활현장에서 재사용ㆍ재활용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YMCA, 풀뿌리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주민자치센터, 지역복지관, 교회, 대학 등 다양한 조직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지금 전국 54개 지역에서 지역공동체운동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여성들의 열정적인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녹색가게는 생명을 품고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자기가 사는 동네가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순환사회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녹색가게에서 주민과 함께 펼치는 활동들은 지역사회를 훤히 아는 여성들이 눈높이를 맞추어 만들기에 생동감 있고 다양하고 재미있다.
‘사랑으로 다시 입는 교복, 참고서 물려주기 행사’는 매년 장사진을 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주말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친구들과 함께 나오는 ‘동네마다 벼룩시장’, 주민들의 재활용 아이디어가 모이는 전시회와 패션쇼 등이 철마다 동네마다 이어진다. 버린 우산을 모아 우산천으로 만든 앞치마, 장바구니, 토시 등은 녹색가게에서 동네 어린이집으로 보낸다. 기증받은 자투리천으로 만든 목도리와 폐비닐 봉지로 만든 예쁜 나비 브로치는 한겨울을 어렵게 나는 노숙자에게 전한다.
벼룩시장을 열어 모은 수익금은 지역 학교 장학기금으로 보내고, 유행이 지나 좁아진 넥타이, 한복천으로 만든 부엉이는 휴대전화 장식품이나 브로치로 변신하고, 가지치기한 가로수는 목걸이도 되고 윷도 되어 이웃들 가정으로 들어간다. 아기 때 사용한 기저귀 천은 치자와 쪽으로 곱게 물들여 커튼이 되고, 작아진 엄마 청바지는 아이들 가방과 슬리퍼가 되어 정을 나누게 한다.
녹색가게 운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녹색가게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재사용ㆍ재활용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며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써 볼까를 생각하는 창조적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소박한 알뜰살림 실천에서 어느새 되살림 활동의 장인이 되고, 에코 스타일리스트가 되어간다.
녹색가게 자원봉사 활동은 삶의 활력소를 제공한다. 빠져드는 즐거움과 몰입, 좋은 친구와 이웃의 만남, 나눔의 풍성함을 경험하게 된다. 녹색가게 자원봉사자, 그들이야말로 가정과 지역사회를 환경적으로 되살리는 진정한 환경운동가들이다. 동네에서 1주일에 한 번, 3시간 자원봉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의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www.greenshop.or.kr)ㆍ시민벼룩시장(www.happymarket.or.kr)
유문향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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