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월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미 계열사인 현대오토넷을 통해 내비게이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협력과 상생의 길을 갈지, 아니면 전면적인 경쟁 관계로 돌아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서열 1, 2위인 두 기업은 그동안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 분야가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인 ‘2006 CES’ 행사에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수신 기능이 있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제품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첨가, 3월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특히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을 위해 차량용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모젠’을 갖고 있는 현대차를 비롯, 내비게이션 콘텐트 업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운전 중 휴대폰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길 안내 및 각종 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이날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PMP 및 내비게이션 업체들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단 현대차가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이미 계열사인 현대오토넷을 통해 DMB 내비게이션을 출시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출시된 현대오토넷의 DMB 내비게이션은 한 달도 안돼 2,000대 가까이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현대오토넷은 지난해 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또 LG전자와 함께 텔레매틱스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고, LG전자로부터 텔레매틱스 단말기도 공급 받고 있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삼성 보다는 LG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과거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편 현대오토넷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키로 함에 따라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생존 게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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