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게는 신용카드를 못내준다구요?”
서울의 한 외국인 노동자 지원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장모(25ㆍ여)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터넷으로 H은행에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던 것.
은행측은 정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용카드는 정규직에게만 가능하고 사회복지사는 당행 발급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일용직, 사무보조,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의 직업을 카드발급 불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어렵게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며 “너무나 당혹스럽고 분해서 가까운 친구에게 얘기를 꺼낼 수도 없을 정도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 발급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각 카드사에 일임돼 있어 이 같은 H은행의 카드 발급 거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H은행 관계자는 “사회복지사는 전문적인 자격증으로 볼 수 없고 이직의 위험도 높기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카드 연체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 은행은 장씨처럼 신용카드 발급 제한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10여통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박용오 사무총장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신용카드 발급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모독”이라며 “부당한 규정이 조속히 철회되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신용을 부여하는 것은 카드 회사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특정 직업에 대한 제한이 보편적인 기준에 어긋날 경우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회복지사는 2급 6만3,000여명, 1급 5만5,000여명이 배출됐다. 매년 1회 시행되는 1급 시험 합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42%에 불과하다. 사회복지사는 이처럼 인기가 높지만 이 중 3만여명 만이 사회복지관 등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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