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 국방부가 ‘심도깊은 연구’를 선행키로 했다.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민개병제라는 병역제도의 골간이 무너진다는 점과 대체복무제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국방부가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복무제 도입의 결론은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관련기사7면
고민하는 국방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6일 “대체복무제 도입은 병역제도의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한 뒤 시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시행시기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책공동체 성격의 연구위원회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북 대치 상황이 있고 제도가 생소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잘해 연구하지 않으면 불확실한 요소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바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고민에 빠져있다. 우선 대체복무제 도입이 국민개병제의 골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도 윤 장관은 “전방에서 대체복무와 관련한 의견을 많이 들어보았는데 장병들이 관심이 많았다”며 우회적으로 군내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보수단체들이 결사반대하는 것도 국방부로서는 부담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병역거부 주장이 봇물 터지는 상황도 국방부는 걱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출산률 저하로 인한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 때문에 병력을 18만명이나 감축하는 ‘국방개혁 2020’을 마련한 터이다.
하지만 연간 입대자가 20여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매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600여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복무제 찬성론의 주장이다.
전향적으로 검토되나
국방부는 인권위 권고 이후 ‘남북대치 상황과 생소한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혼란’을 이유로 여러 차례 ‘신중한 접근’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제도 도입을 시기상조로 보고 사실상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윤 장관의 이날 언급이 ‘대체복무 방안 연구검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허용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대체복무방안을 제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윤 장관은 “대체복무 허용과 관련한 (국방부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며 연장선에서 봐 달라”고만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의 연구검토 카드는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논란에 부담을 느낀 국방부가 일단 시간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책공동체를 구성해 연구에 착수하더라도 연내 연구결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윤 장관은 연구결과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그 시기도 확정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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