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율방어 대책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990선 회복에 실패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 자릿수 환율이 굳어져가는 모습이다. 정부 대책이 환율 하락의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정부 긴급대책 무색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선 당국과 시장간 일대 접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정부의 패배로 끝났다. 기록상으로는 달러 당 988.10원으로 마감돼 전날보다 0.8원 올랐지만, 990원선 회복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환율 하락세가 굳혀진 모습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시장 개시 전 정부의 긴급대책회의로 전날보다 8.50원 급등한 995.80원으로 시작했지만,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개장 1시간도 안돼 990원선 붕괴 위협에 처했다.
당국의 물량개입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오후 들어 매도압력이 거세지면서 결국 990선이 무너졌다. 외환은행 구길모 과장은 “당국의 개입이 추세적인 하락을 막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대책, 무엇을 담고 있나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금액과 자격 등 모든 빗장이 연내 풀린다. 작년까지는 유학이나 연수를 떠난 자녀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함께 출국한 부모가 취업비자나 학생비자가 있어야 했는데, 올해부터는 관광비자만 있으면 된다. ‘기러기 아빠’들도 본인 명의로 유학이나 연수를 간 가족들을 위해 집을 사줄 수 있다.
또 해외부동산 취득한도가 올해부터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늘어났는데, 지금부터는 다시 100만 달러(약 10억원)로 높아지며 연내 한도 자체가 없어진다.
제 아무리 비싼 호화주택이라고 해도 ‘거주 목적’ 증빙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개인이 해외에서 점포 등 사업체나 법인을 설립할 경우 투자할 수 있는 한도도 당장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100억원)로 높아지며, 역시 연내 한도가 폐지된다. 국내 자본을 아무 제한 없이 해외로 송금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정부 대책의 효과는?
정부 대책은 한마디로 시중에 넘쳐 나는 달러를 퍼내자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가 시중에 넘쳐 나고 있으니, 우리 국민의 해외투자를 장려해 다시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의도이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을 자본수지 적자로 만회하자는 논리인 셈이다.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해외부동산 취득규제 완화조치로 자본수지에서의 유출초과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다소 부정적이다. 우선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실적은 작년 한해 27건, 873만 달러에 불과했다.
개인의 해외직접투자도 8억2,700만 달러 정도로 경제 규모에 비춰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으로 해외투자가 늘어난다 해도 달러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해외부동산에 대한 거품논쟁까지 제기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가 강력하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데 의미가 있고, 큰 방향에서는 맞다”면서도 “세 자릿수 환율이라는 대세를 바꿔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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