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 자리를 향해 뛰는 ‘포스트 고이즈미’ 레이스에 일찌감치 시동이 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6일 한 민영방송에 출연, 9월 개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그런 (좋은) 기회는 없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로부터 강력한 출마 권유를 받고도 “관방장관 일에 충실하겠다”고 확답을 피하던 그로서는 사실상 출마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을 방문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도 이날 “(후보자 등록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하면 나가겠다는 각오 정도는 하고 있다”며 출마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의 ‘맹우’이자 당내 실력자인 야마사키 다쿠 전 부총재는 “총재선거에 입후보할 경우에 대비해 정책을 다듬겠다”는 말로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올해 일본의 최대 정치 이벤트가 될 자민당 총재선거는 이들 3명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성장관,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총무성 장관 등 6명의 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고이즈미 레이스의 최대 쟁점은 ‘아시아 외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새해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한국과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도리어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차기 총리는 아시아와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오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실제로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이른바 정냉경열(政冷經熱)이 되서는 안 된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아시아 외교를 비판했다.
아시아외교의 관점에서 보면 아베, 아소, 다케나카 장관은 고이즈미 노선의 답습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미국을 중시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적극 지지한다. 반면 제3 추도시설 건립을 추진한 바 있는 후쿠다 전 장관과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아시아 중시론자이며, 다니가키 장관은 그 사이의 중간적인 정치가로 구분할 수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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