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자연을 타도하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무도 자연에 모두 되돌려 주자라고도 하지 않는다.’
여든 나이를 바라보는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사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야생 생물 보호 운동을 벌이는 국제적인 비정부기구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의 이사와 자문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생명의 미래’는 지구상에서 최근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어떤 동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는지, 그 사건들이 인간의 어떤 행위들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고발하는 책이다. 윌슨은 이 책에서 ‘살육자’ ‘학살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것은 물론, 생물 다양성으로 인한 경제적ㆍ문화적ㆍ정신적 가치를 웅변한다.
수마트라코뿔소는 효과도 확실하지 않은 약재 수요 때문에 무차별로 도살 당해 절멸할 위험에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대형 원숭이와 뉴질랜드의 모아 같은 대형 조류는 인간이 이 섬에 정착한 이후 멸종해 버렸다.
미국의 상아부리딱따구리와 캐나다의 밴쿠버섬마못쥐는 삼림 벌채로 서식처를 잃어버리고 있다. 어느 곳보다도 벌목으로 생물의 삶이 갈가리 찢겨 나간 곳은 아마존 등 열대우림 지역이다.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띄우는 편지로 시작해 생명 파괴의 현장을, 어조는 점잖지만 신랄하게 고발한 윌슨은 책 말미에서 인간 존재의 위기로 직결될 생명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가 키워드로 제시한 ‘관리인 정신’(stewardship)은 귀에 익다.
우리의 미래 세대와 지구에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의 것인 자연 환경을 인간은 잠시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종교적인 교리에 근거한 고질적인 도덕적 우월감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간 중심주의자(개발옹호론자)들이나 환경주의자 모두 상투적인 논쟁에서 ‘무장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확고한 ‘윤리적 결정’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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