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 도하개발아젠다(DDA) 및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시장개방 논의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식량자급률 목표 설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국내 농업생산이 국가의 식품(식량)소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국가 경제 지표다. 다시 말해 우리의 먹거리가 국내산으로 얼마나 충당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식량자급률은 품목자급률, 식용곡물자급률(혹은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 칼로리(열량) 자급률, 금액기준 자급률, 사료자급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75년 79%에서 2004년 50%로 떨어졌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73%에서 27%로 하락했다.
2004년 칼로리 자급률은 47%로 국민이 소비하는 열량의 절반 이상을 외국산에 의존하는 식생활 구조가 됐다. 우리의 곡물자급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2003년부터는 일본보다도 낮아졌을 뿐 아니라 자급률 감소 속도까지 일본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세계적으로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이처럼 식량자급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이유는 자급 수준이 높은 쌀의 소비는 감소하는 반면 축산물, 유지류 및 외식 소비는 계속 증가해 축산물 수입과 축산물 생산에 필요한 사료작물 수입이 많이 증가한 데 있다.
일본은 2000년 3월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에 식량자급률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2005년 3월 목표치를 수정했다. 중국은 1996년 국무원에서 발표한 ‘중국식량백서’에서 식량자급률 95% 유지를 목표로 정하였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정한 것은 없다.
스위스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등 식량자급률이 낮은 유럽 국가들은 90년대까지만 해도 비상시 식품공급목표를 수립해 운영하였으나 유럽연합(EU) 농업개편 이후 이를 폐지하였다.
식량자급률 목표설정의 필요성은 우선 한국과 일본 같이 단립종 쌀 중심의 식품소비패턴과 아울러 제한된 국토 자원을 지닌 나라의 경우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이나 비축방식 이외에 국내 농업생산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진행에 따라 식량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취약한 식량자급 기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은 또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또한 6ㆍ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 농업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대비 식량·농업정책의 일환으로서도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은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은 소비자에게는 건전한 식생활을 위한 바람직한 식품소비목표를 제시하고, 생산자와 정부에게는 식량의 국내 생산목표(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생산자 및 소비자의 합리적 행동을 유도하는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목표치는 세계무역기구(WTO) 및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한계 등으로 자급률 목표 제고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실현 가능한 수치로 탄력적으로 설정돼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한 정책대안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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