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 기업 채산성 악화와 함께 5%대 성장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달러당 1,020원대에서 안정적 등락을 거듭해왔으나 연말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더니 엊그제 마침내 1,000선이 깨지고 세 자릿수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어제는 장중 한때 985원 밑으로 떨어져 8년여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번 환율 급락은, 작년 5월과 달리, 대내외 경제현실을 반영한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가장 큰 요인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1년여 이상 밀여붙여온 금리인상 행진을 조만간 종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재정 및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 해소 등과 맞물려 달러 약세를 기조적으로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국내적으로는 무역흑자가 쌓이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시장에 달러가 넘쳐나고, 서둘러 달러를 내다팔자는 심리적 요인도 팽배한 실정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가 불과 2~3일새 100억달러를 훨씬 웃돈 것을 보면 역외 환투기 장난도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정부와 기업은 950선까지도 예견되는 세 자릿수 환율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고 ‘환율 면역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1980년 중반 엔화 가치가 두 배로 치솟는 극한 상황을 이겨낸 일본 기업들의 사례는 좋은 전범이다. 또 환리스크를 줄이는 첨단 헤징기법을 도입하고 결제통화를 다양화하는 등의 관리전략은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불가결하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수 차례의 환율파동을 겪으며 내성을 쌓아온 대기업들과 달리 수출전선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환율 급등락에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긍ㆍ부정의 양면성을 가진 환율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피해야하지만 속도와 폭에 대한 ‘관리’의 선은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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