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달력을 받아 들면 제일 먼저 올해는 도둑 맞는 휴일이 없는지, 연휴는 며칠이나 되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는 우리 가족만을 위한 맞춤 달력을 꾸미게 된다.
집안 경조사를 잊지 않도록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넣고, 여기에 덧붙여 다달이 챙겨야 할 건강 일정까지 적어넣으면 가족 달력으로 재탄생한다.
◆ 1월/천식ㆍ빙판 낙상 요주의
실내외 기온차가 심해지고 실내 습도가 떨어지는 시기다. 따라서 감기와 독감 등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 천식에 주의하고, 항상 신선한 공기와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빙판길 낙상과 뇌졸중 등도 많이 발생하므로 노인과 고혈압 환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갑상선 기능에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몸의 상태가 달라지면 즉각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명절만 되면 ‘명절 증후군’에 걸리는 주부들은 미리 가사노동을 분담해두는 것도 좋겠다.
◆ 2월/건강검진의 달
날씨가 춥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관절과 신체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특히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에게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노인들은 칼슘제나 비타민D를 복용해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취학을 준비하는 어린이가 있으면 입학 전에 반드시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 3월/운동으로 식곤증 탈출
일교차와 기후변화가 심해 감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잠복해 있거나 앓던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외출해서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실내습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봄 기운이 몸을 이완시키면서 직장인이나 학생은 식곤증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식사와 운동으로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험생이나 직장인이 아침을 굶는 것은 금물이다. 아침을 거르면 위장 손상은 물론이고 혈당치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기력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식사량은 아침, 점심, 저녁을 1 대 1.5 대 1.5로 먹는 게 이상적이다.
◆ 4월/꽃가루 알레르기 조심
꽃가루나 황사현상으로 인해 알레르기를 조심해야 한다. 꽃가루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화분증을 일으키며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재채기, 콧물, 코막힘, 전신 피로감 등을 동반하고 식욕을 떨어뜨린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고 황사도 심하므로 창문을 열어놓는 대신 실내에서는 공기 정화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실내에서의 금연은 필수다. 건강하게 봄을 나려면 항산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 5월/홍역ㆍ수두 예방접종
홍역 수두 볼거리 등 어린이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므로 미리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환절기 감기의 합병증으로 중이염이 많이 발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바깥 활동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실내에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감기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행락철이 시작되면서 벌을 비롯한 각종 곤충과 뱀 등에 물리는 사고가 많아지므로 나들이할 때에는 미리 응급처치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갑자기 활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과로를 방지하고 피로회복에 힘써야 한다.
◆ 6월/일본뇌염 예방접종
일본 뇌염은 7~10월에 유행하므로 3세 이상 어린이는 적어도 한 달 전인 6월에 첫 회를 접종해야 한다. 처음 접종 후 1~2주 간격으로 2회차를 접종하고 이후에는 1년에 1회씩 접종하면 된다. 뇌염모기는 7~8월에 주로 발생하고 1개월간 잠복기를 거쳐 8~10월 초에 집중 발생하며, 두통과 열이 나다가 언어장애와 혼수상태를 초래한다.
가을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신부라면 풍진 항체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없으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산모가 풍진에 걸리면 태아가 소뇌증, 정신박약, 선천성 심장병 등에 걸릴 수 있다. 예방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은 피임을 해야 하므로 가을에 결혼한다면 적어도 6월에는 접종을 해야 한다.
◆ 7월/식중독 방심은 금물
장마철이 되면서 식중독을 비롯해 이질, 장티푸스,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이 많아지는 시기므로, 음식물은 가능한 한 끓여 먹어야 한다. 특히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은 조개, 굴 등의 날 어패류와 생선회를 섭취했을 때 잘 생기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끓인 음식이라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처럼 균이 만드는 독소가 원인인 경우에는 음식을 끓인다고 독소가 없어지지 않으므로 냉장고에 2~3일 이상 보관된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 8월/강한 자외선 피해야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시기다. 외출할 때에는 강한 자외선을 피하고 일사병과 열사병에 주의해야 한다. 또 물놀이를 할 때에는 귀마개를 해야 외이도염을 예방할 수 있다. 에어컨 등으로 냉방병이 잘 오는 계절이므로,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지 않도록 주의한다. 열대야는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영양 섭취로 극복한다.
◆ 9월/유행성출혈열 조심
야외나들이가 늘어나는 시기므로 들쥐에 의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 쓰쓰가무시병 등 야외 감염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미리 예방주사를 맞고 잔디에 앉거나 눕지 말고 풀밭에 침구류를 함부로 말리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파상풍, 폐렴, B형 감염 등 각종 예방접종에 신경을 써야 한다.
◆ 10월/독감 예방접종과 명절증후군 주의
추석 연휴로 인해 귀향길 장거리 운전, 과음, 과식, 늦은 취침 등 육체적 과로와 스트레스로 저항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기 쉽다. 또 65세 이상 노인, 당뇨병·신장병 환자,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6개월~18세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3월 초순까지 독감이 유행하기 때문에 10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독감 예방 접종을 실시하는 게 좋다. 예방접종은 접종 후 2주가 지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3개월 후 가장 효과가 좋다.
◆ 11월/건조한 공기, 수분 보습 필요
기온 차가 심하고 건조해지는 시기이므로 환절기 질환이나 안구건조증, 피부건조증 등을 조심해야 한다. 등산 등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갑작스러운 기온저하에 따른 저체온증에 대비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난방이 시작되면서 실내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안구나 피부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렌즈 착용자는 식염수나 인공눈물을 통해 눈의 습기를 조절해주고, 과도한 컴퓨터 사용이나 TV시청을 자제하는 게 좋다. 피부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목욕을 자주 하지 말고 보습비누나 오일을 사용해 피부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 12월/연말 과도한 음주 자제
송년회 등 각종 행사가 많은 시기이므로 과음을 하기 쉽다. 하지만 과음은 지방간,알코올성 간염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암,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노인은 골절사고와 뇌졸중 등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신체 한쪽이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시야장애가 생기면 뇌졸중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건조한 기후와 난방으로 밀폐된 환경에서 장시간 생활하다 보면 만성후두염이나 편도선염 등을 앓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오동주 교수>삼성서울병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