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밥을 얻어 점심을 때웠다. 음식은 국물로 양을 불린 뒤에야 먹었고 그마저 없으면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었다. “배 고프다”는 말을 달고 다녀 ‘허기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노숙자, 실직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연탄을 배달하는 원주 밥상공동체 대표 허기복(50) 목사.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으로 점철돼 있다. 그런 그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 지난 7년의 기억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미디어윌)이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노숙자, 실직자는 가난하기는 해도, 탐욕이 없고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폐지를 주우면서도 희망을 품습니다. 그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책을 읽고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원주의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있던 그가 밥상공동체를 연 것은 1998년 4월. 외환위기 직후 실직자 등이 거리로 내몰리던 때였다. 교회 돈은 쓰지 않겠다며, 담임목사직을 던지고 손수레 밥상 등을 준비해 원주 쌍다리 아래에 문을 열었다. 각오는 했지만 어려움이 컸다. 술 취한 노숙자들이 “너 이름 내려고 이러는 거지?”라며 주먹을 날렸다. 깡패에게 멱살을 잡히고 양복을 입은 채 개천에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주위의 비아냥도 괴로웠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자활에 성공한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밥상공동체 건물이 불 났을 때 5만원을 보내준 수감자, 1만원씩을 모아준 ‘사랑의 개미군단’ 1만명, 쌀 두 가마를 시주한 불교 신도, 밥상공동체가 운영하는 고물상을 맡아 자활에 성공하고 할머니에게 맡긴 아이를 데려온 도열씨, 밥상공동체의 도움으로 구두수선가게를 열고 7개월 만에 아내와 재회한 이씨….
그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지금까지 40여만명과 밥을 나누었고 연탄은행을 세워 4,500여 가구에 55만여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쉼터 고물상 노인일터센터 등을 운영하고 무담보 대출지원을 하는 ‘신나는은행’도 세웠다.
허 목사는 “가난한 이웃에게 먹을 것, 쉴 곳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꿋꿋하게 살 수 있는 긍정의식을 심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그들과 함께 하면서 나 또한 기쁨을 얻었는데 책은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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