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들에게 출판사에 바라는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한결같이 제본을 가장 먼저 언급하더군요. 요즘 급격하게 늘어나는 어린 독자의 손길을 배기기에는 책이 너무 약하다고요. 해결책은 반양장본과 함께 도서관용 양장본을 출판하는 것인데 출판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사정상 그리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양장본은 파손되면 스테이플러로 수리할 수 있지만, 제본은 약한데 표지만 하드 커버로 된 책은 손볼 방법조차 없어서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특히 청소년을 겨냥한 예쁜 장정의 책이나 미술 서적 등 무거운 책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만. 한정된 예산으로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싶은 사서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화려한 표지 못지않게 내구성에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용면에서는 세분된 주제의 책을 출판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교과와 연계할 수 있는 비문학류나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서력에 맞게 풀어쓴 고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공부를 위한 독서라고 질색할 독서 운동가들도 있겠고 저 역시 즐거운 책읽기를 강조하지만, 여기서는 학교 수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책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바다’라면 현재는 바닷물, 바다 밑 지형, 해양 자원, 바다 탐험 등을 모두 다룬 총론서가 많은데 그 소주제들을 각각 한 권의 책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인터넷보다 심도 있는 정보를 우리 삶에 연결하여 현장감 있게 만든다면 아이들의 탐구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 어린이책 출판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 동안 좋은 책을 내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 한 번쯤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권장 도서 목록이나 평론집에서 언급되는 책은 전체 출판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혹시 옛날에 읽었던 책의 제목이나 현재 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고생한 경험은 없는지요?
‘출판 도서 목록’과 ‘절판 도서 목록’이 있다면 현재 구입 가능한 책, 절판된 책을 일목 요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설마 인터넷 서점의 목록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서지뿐만 아니라 주제별 사전, 그리고 출판사, 저작권 대행사, 작가, 번역가 등을 아우르는 명감 등 필요한 참고 자료가 아주 많습니다.
현재 사회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도서관은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종류의 책이야말로 도서관이 구매할 책이고 특히 참고자료는 출판 관계자나 저술가에게 꼭 필요한 자료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료집으로 만들어내는 일, 출판 단체에서 해볼 의향은 없으신지요?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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