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의 장관 내정이 발표되고 하루가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유 의원의 지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것을 생각하면 뜻밖이다.
지난 해 말 유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만 해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인물평은 4일 저녁부터 자취를 감췄다. 본부장 국장 등 고위직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억지로 물어보면 “산적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충실하게 장관을 보좌하겠다”는 식의 판에 박힌 답변만 읊조렸다.
복지부의 침묵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놓고 공무원이 이러쿵저러쿵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것 같다”는 한 하위직 공무원의 말은 침묵 속에 우려가 자리잡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정치인 유시민의 적들이 복지부의 적들로 바뀌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복지부가 풀어나가야 할 국가적 정책과제는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사회 양극화 해소방안이 그렇고, 국민연금 개혁안도 야당과 발걸음을 맞춰야 한다. 새 장관이 화합형이 아니라 전투형임을 잘 아는 복지부 직원들로서는 가슴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관련 단체들은 대놓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이 반기지 않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코드’가 비슷할 것으로 여겨진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진보 성향의 보건의료단체들도 유 의원을 ‘부적격’으로 판정했다.
국민의 걱정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 유시민의 소신은 종종 오만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원칙은 종종 정파의 이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내정 발표 후 ”다른 모든 일을 잊고 오로지 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다짐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최성욱 사회부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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