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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형식 No! 개성·첨단 Yes! '명함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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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형식 No! 개성·첨단 Yes! '명함의 진화'

입력
2006.01.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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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 5.’

교보생명 법인영업1본부 이철호 부장의 명함을 받아 든 이들은 이름과 함께 새겨진 숫자 세 개에 의아해 한다. ‘275(이철호)’는 너무 평범해 잊기 쉬운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시키기 위해 이 부장이 4년 넘게 사용 중인 ‘애칭’이다. 초기에는 아예 이름도 없이 숫자만 적어 상대방에게 ‘충격’을 줬지만 회사 규정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최근에 이름을 더했다.

“이 방법을 쓰고 나니 다들 몇 년이 지나도 이름을 기억하시더군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鈴木 一朗)가 뜨면서 요즘은 275와 함께 ‘이치로’까지 적어넣고 쓰고 있습니다. 어차피 명함은 저를 알리고 기억하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2의 얼굴’이라는 명함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흰 바탕에 회사 이름과 연락처만 딸랑 적힌 명함은 정보의 홍수 속에 곧 잊혀지거나 책상 한구석에 처박히기 쉬운 탓이다.

정보기술 강국답게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명함이 인기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 직원의 명함은 바코드가 눈에 띈다. 휴대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전화기가 정보를 자동 인식, 저절로 전화번호를 저장해주는 모바일(mobileㆍ이동식) 전자 명함이다. 이를 개발한 아이콘랩 이재준 대표는 “회사 약도, 사업자등록증 등 실용적인 정보를 담을 수 있다”며 “국세청 언론사 등 신분 사칭과 관련한 범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회사 데이콤 명함은 일종의 광고판이다. 명함 뒤쪽에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저장 서비스 ‘웹하드’ 15일 무료 이용권을 첨부했다. ‘한번 써보고 좋으면 계속 사용해달라’는 암시와 함께 받는 이들이 명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프리랜서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작품그래픽 등을 넣을 수 있는 CD명함이 유행이다. 명함과 같은 크기와 모양을 갖췄지만 컴퓨터를 통해 바로 읽어 들일 수 있고 용량도 34MB에 달한다.

얼굴을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싣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캐리커처 명함이 많이 쓰인다. 오 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나 여성 한의사 이유명호씨의 명함이 대표적이다. 농림부 김휴현 사무관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뜻에서 3년 전부터 캐리커처를 명함에 넣고 있다”며 “요즘은 사진만 보내면 캐리커처를 그려 보내주는 인터넷 서비스가 많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법무부는 천정배 장관 이하 차관, 국ㆍ실장 모두 명함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함께 쓰고 있다. 법무부 김해웅 정책홍보담당관은 “1년에 시각장애인을 한 명도 못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약자의 인권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점자를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마케팅 전문회사 엔스토리 정희찬 실장은 “소속 기관의 이미지가 너무 딱딱해 불만이라면 명함 테두리를 동그랗게 하거나 영문 이름을 모두 소문자로 써 부드러운 느낌을 더할 수 있다”며 “한지같이 부드러운 재질이나 반투명 종이를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소니코리아나 한솔그룹처럼 재활용 용지를 쓰는 것도 친환경 이미지 전략으로 ‘첫인상’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부분 명함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 위해 힘쓰는 반면, 국가정보원처럼 존재를 숨기려고 애쓰는듯한 명함도 있다. 명함에 오직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혔고 이메일 주소도 한메일같이 흔한 것을 사용해 신분과 회사를 드러내지 않으려 힘쓴다. 국정원장 및 1, 2, 3차장, 그리고 기자들을 상대하는 홍보관리관은 명함에 ‘국가정보원’을 새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이들의 명함에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문 정보기관, 국가정보원’이라는 다소 거창한 수식이 눈에 띈다. 한편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정부일수록 국장급 이상 고위 인사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삼성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 김경미 주임은 “명함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이미지가 좌우된다”면서 “아무리 좋은 명함이라도 구겨지거나 오물이 묻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고 받은 명함을 바로 지갑에 넣는 것도 실례”라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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