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기저귀, 자명종 시계에 넣는 건전지, 머리 감는 샴푸, 신문 용지, 출퇴근 때 타는 엘리베이터, 보고서를 출력하는 컬러레이저프린터, 집안의 조명등, 외식할 때 가는 동네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에게 친숙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 회사 상품’이다.
이들 상품 뿐 아니다. 하루라도 안 먹으면 서운한 김치를 보관하는 김치 냉장고와 고혈압 및 당뇨병 치료제 역시 외국계 회사 제품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안방 안에 들어 온 외국계 회사의 제품이 크게 늘었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중 매출액 상위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 글로벌 기업의 국내진출 현황’에 따르면 전체의 26.8%인 67개사가 자사가 만든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2위나 3위라는 응답도 28.4%인 71개사에 달했다.
미국의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500대 기업(2004년 기준) 중 한국에 진출한 기업의 수는 무려 263개(국내기업 11개 포함)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은행ㆍ증권 등의 금융 업종이 50개사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23개사), 전기ㆍ전자(16개사), 통신(14개사) 업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러한 외국계 기업은 주로 ‘100% 외국자본에 의한 단독투자’(52.4%) 형태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국내기업과의 합작투자’는 38.8%, ‘기존 한국기업 인수’는 7.2%였고 ‘지점이나 대리점 형태로 진출’한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기업은 국내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85.2%인 213개사가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고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 한국에선 팔기만 하는 경우는 14.8%인 37개사에 불과했다. 또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응답이 67.2%인 반면 모 기업에 송금한다는 응답은 22.4%였다.
앞으로 3년 내에 한국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63.2%(158개사)가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응답, 외국계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1위의 교역국으로 발돋움한데다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컸던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것이 한국 시장의 글로벌 시장 편입의 주 요인”이라며 “국내에서 외국계 기업이 활동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적절한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 경제의 글로벌화를 더욱 진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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