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저소득ㆍ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보장대책으로 정착된 ‘바우처(Voucher) 제도’가 올들어 정부 각 부처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혜자들의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원형태를 정하는 기존 방식보다,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권만 지급한 경우의 정책 효과가 훨씬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농림부에 따르면 중앙 부처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6월 시범적으로 농업교육에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농림부 친환경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교육을 받게 됐기 때문인지, 농민과 교육기관으로부터 이 제도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억3,000만원 어치, 4,500장의 바우처를 발행했는데 올해에는 발행 규모와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도 간병인, 방과후 교사, 가사도우미 등을 공급하는 소위 ‘사회적 기업’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저소득층에게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부터 ‘사회적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일자리 마련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추진 중인데, 사회적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확대를 위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나 실업자들의 직업교육에도 ‘바우처 제도’가 도입된다. 노동부는 근로자나 실업자를 대상으로 바우처 제도의 변형된 형태인 ‘훈련 계좌제’를 올해 하반기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성과가 좋으면 전면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원하는 훈련기관을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훈련비 일정액만 정부로부터 받는 기존 제도와 달리 모든 비용을 지원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4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실제 투입액수는 실제 수요에 따라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바우처 제도가 각광을 받는 것은 국민들의 개별 욕구를 맞춰주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수혜자들의 개인적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육기관이나 지원 물품을 지정하는 것보다,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정책 효과나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말했다.
정책수혜자의 입장에서는 교육기관과 지원물품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지며,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는 측은 시장친화적 경쟁성을 띠게 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바우처 제도란
정부가 국민에게 쿠폰이나 카드 형태로 특정한 물품이나 서비스 구매권을 부여하고, 서비스나 물품 공급자에게는 사후 지불하는 제도. 외국에서는 주로 저소득층의 학교 선택, 보육기관 선택, 주택지원, 산모ㆍ신생아 도우미 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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