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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 '정신과 진료' 오해·편견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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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 '정신과 진료' 오해·편견 깨자

입력
2006.01.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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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에 아름다운 추억이 얽혀있는 사람은 내리는 눈에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고 말합니다. 폭설로 집이 무너지고 생업을 잃었던 사람은 눈만 내리면 또 가슴이 무너집니다. 똑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것은 각자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마치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거울에 비추듯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운명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마치 종교적인 경구나 선문답같이 들리지만, 사실은 ‘마음의 구조’나 ‘정신결정론’과 같이 정신의학의 기본이 되는 과학적ㆍ심리학적 가설의 근거가 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을 함께 여행하다보면 무서울 만큼 이 가설들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의 병이 치료되면서 이들의 삶과 운명도 건강하게 바뀌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마음의 건강을 지키면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건강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웰빙’이나 ‘스트레스’가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우리사회라고 해도 마음의 건강을 위해 병원 찾는 것을 여전히 어려워합니다.

마음의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사실은 누구나 몇 가지 이상의 마음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중 상당수는 원만한 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교정이 필요합니다.

알고 보면 정신질환은 매우 보편적이고 흔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신과에 가는 것을 ‘이상한’ 일로 여기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마음의 증상도 참고 살게 됩니다.

마음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마음의 증상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심각한 마음의 증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고통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5세 직장인인 A씨는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오면서, 심장의 박동이 커지고, 호흡이 곤란한 증상을 느꼈습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서 금방이라도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은 공포심에 휩싸여 내과를 방문했습니다.

진찰과 검사 후 심장이나 폐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며, 통증의 양상으로 보아 신경성 증상인 것 같으니 정신과를 방문하라는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해졌습니다. 큰 병이 아닐까 걱정해서 병원을 찾았건만 자신의 호소가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꾀병환자나 정신이상자 취급을 당한 것 같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A씨는 여려 병원을 옮겨 다니고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며 몇 년간의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만일 A씨가 평소 ‘흉통’이라는 신체증상 뿐 아니라 ‘공황발작’이라는 마음의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더라면, 내과에서의 진찰과 검사 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하고 정신과로 방문하라는 충고를 합리적인 일로 받아들여 이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A씨와 같은 분들이 진료실을 찾을 때마다 마음의 증상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온 것들을 이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것으로 여러분의 건강한 마음을 지키고 가꾸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병술년 새해의 좋은 운세 또한 여러분의 건강한 마음속에 들어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라며 새해 인사로서 맺음말을 대신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십시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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