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 사학법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투쟁 대오에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박근혜 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이 5일 사학법 투쟁방향을 놓고 정면 충돌했고, 손학규 경기지사도 원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표와 원 위원의 충돌은 전날자 한겨레21에 나온 원 위원의 인터뷰 기사가 사단이었다. 원 위원은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편협한 국가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며 "병(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원 최고위원은 어디 있느냐"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원 위원이 인신공격성 인터뷰를 했는데 이건 도를 넘어섰다"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원 위원이 그간 모든 문제에 대해 여당 생각을 대변해 왔는데 한나라당과 당 대표는 다 그렇게 잘못됐고 열린우리당은 다 잘했다는 얘기냐"며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이규택 최고위원이 "이번엔 참을 수 없다. 내가 나가든 원 위원이 (당을) 나가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며 박 대표를 거들었다. 일순 회의장엔 냉기가 감돌았고, 그 때 원 위원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던 원 위원은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자 입을 열었다. "이런 생각조차 용납 안 되는 당이라면 차라리 나를 징계하라."
양측의 공방은 고성 속에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원 위원은 열린우리당 대변인이냐" 는 박 대표의 질책에 원 위원은 "그럼 행정수도 이전에 끝까지 반대했던 사람들은 뭐냐"고 받아 쳤다.
박 대표는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고, 당황한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중진들이 수습에 나섰다.
원 위원은 "인터뷰 내용은 이전부터 일관되게 해온 얘기이므로 사과할 뜻이 전혀 없다"고 버텼지만, 중진들의 거듭된 달래기에 "장외투쟁 당론은 존중한다"는 데까지 물러섰다.
원 위원은 이어 당 대표실로 박 대표를 찾아가 "표현이 지나쳤던 부분은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고 했고, 두 사람 사이엔 냉기만 감돌았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하루 빨리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며 "아웃복싱에만 의존할 수 없고 원내에 들어가 인파이터로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지사는 원 위원의 박 대표 비판에 대해 "그런 생기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어떻게 야당이고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며 "원 위원 같은 사람이 있어 한나라당에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두둔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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