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포즈를 보여 달라구요? 귀엽게 찍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닌데…”
신년 사진을 찍는데 예쁜 표정과 자세를 취해 달라는 요구에 ‘피겨 요정’ 김연아의 대답은 의외다. 그래도 “어제는 눈을 뿌리는 장면을 찍는데 웃겨서 혼났다”는 표정과 말씨에는 ‘요정’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귀여움이 묻어난다.
만 15세, 아직도 앳된 얼굴의 소녀. 2004년 국내 피겨스케이트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연아(군포 도장중3)가 2006년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못 간다고 크게 서운하진 않아요. 대신 좀 더 완벽히 준비해서 4년 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되죠.” 출전할 수 있는 연령인 만15세 7개월에 2개월이 부족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김연아는 당장 3월에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이 우선과제다.
김연아는 지난 해 11월 체코에서 열린 2005~06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빙상사에 또 한 획을 그었다. 올 해 대회에서는 최대의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15)와 또 다시 격돌한다.
“지금까지 2번 대결에서는 모두 제가 졌어요. 하지만 점프를 제가 더 쉽게 잘 한다고 얘기하세요. 노련한 테크닉에서 조금 뒤진 것 뿐이죠.” 여전히 밝고 환한 표정인 김연아의 얼굴에는 희망이 넘친다.
지금 키는 161cm. 지난 해 봄 마주쳤을 때 보다 더 길고 가늘어 보여 물어 보니 “2cm 정도 컸다”고 한다. “목표인 165cm까지만 크면 돼요. 더 이상 클까 봐 겁도 나는데 너무 크면 점프하기 힘들어지거든요.”
가까이서 보니 얼굴도 작다. 8등신 얘기를 꺼냈더니 대뜸 ‘7.5 등신’이라고 답한다. 남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 아예 줄 자를 가지고 재봤단다. “그래도 8.5나 9.5등신이 나올 줄 알고 재어 봤는데 실망”이라며 웃는다. 피겨에 딱 어울리는 서구형 몸매를 가진 것은 역시 키가 크고 얼굴이 작은 아버지를 닮았다.
태릉빙상경기장에서 매일 아침 10시, 그리고 밤 10시부터 각각 2시간씩 스케이팅 훈련을 갖고 낮에는 헬스와 런닝 등 체력훈련에 발레교육까지 받는 하루 일과는 빡빡하기만 하다. 학교에 갈 시간도 부족해 집에서 인터넷으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김연아는 “아무리 힘들어도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을 생각하면 힘이 샘솟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