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4일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전격 내정되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 속에 강하게 반발했다. 초ㆍ재선 의원들은 청와대를 향해 거친 불만을 쏟아냈고, 중진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의원들은 “도대체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가 뭐냐”, “그럴거면 뭐하러 청와대 만찬일정을 잡아 놓았느냐”며 격앙됐다. 한 초선은 “당은 대통령의 안중에 없다는 뜻이니 차제에 당청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결별’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거의 공식적인 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인사를 강행함으로써 향후 당청 관계는 중대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당의 반감이 이를 계기로 위험수위를 넘어설 조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때문에 당 지지도가 추락하고, 이대로라면 5월 지방선거에서도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의장은 지방선거 등을 의식, 전략적으로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차별화 행보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내 친노 직계 세력의 반발을 불러 여당 균열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당내 여러 의견을 숙고해서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고 대통령을 엄호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한광원 의원은 “노 대통령이 당과 유시민 의원 중 유 의원을 택한 것에 실망정도가 아닌 분노마저 느낀다”고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고, 안영근 의원은 “머리가 띵하고 할 말을 잃었다”며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종걸 정장선 의원 등 초ㆍ재선 18명은 ‘개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에서 “향후 당청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실상 청와대와의 선 긋기를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당청은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더 이상 청와대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청와대 만찬 참석 대상인 비상집행위원과 상임고문단이 5일 오전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당의 입장을 조율키로 했지만, 일부는 만찬에 참석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영춘 의원과 중진 유재건 의원은 “당을 이렇게 무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대화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는 대통령의 장관 내정을 철회시킬 만한 현실적 수단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반발도 수그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가 해결방향과는 별개로, 당청 관계를 대립구도로 변질시키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있다.
반면 “사태를 수습하자”는 자제론도 고개를 들었다. 당청이 정면 충돌로 치닫거나, 당이 분열상을 보이는 것은 모두에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의지 표현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며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당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으로 불신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야파 진영에서도 “과정이야 어찌됐건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유시민은 누구
방송인과 교수, 이해찬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쳐 2003년 4^24 보선에서 개혁당 후보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친노파 재선. 뛰어난 언변과 선명성으로‘유빠’라는 열성 지지층을 거느리고있지만, 독선적 언행으로 조직내화합을 깨뜨린다는 평. 여당 입당 후에는‘참여정치연대’를 이끌다가 지난해 4^2전당대회에서 득표 순위 4위로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됐다.한경혜(45)씨와 1남1녀 ▦경북 경주^47세 ▦대구 심인고^서울대 경제학과 ▦성공회대 겸임교수 ▦개혁국민정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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