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ㆍ2 개각 때 유보했던 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을 어제 강행했다. 오늘 저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간담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더니 뒤통수를 친 격이다.
노 대통령이 여당 내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여론이 부정적인 유시민 복지부장관 카드를 기어코 관철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여론을 살피는 것처럼 발표를 연기했다가 밀어붙인 행태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일이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장관 임명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이것은 너무했다.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 아닌가. 여기서 물러서면 레임덕 가속화로 집권후반기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질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집권 후반기의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 의원의 복지부장관 발탁을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친노파 의원들은 “과학적 근거 없이 감성적으로 동료의원을 왕따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단순한 감성 차원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숱한 갈등과 분란을 일으켜온 유 의원의 화법과 처신으로 볼 때 한 부처를 이끌어가기에는 적절한 재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유 의원이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소신이 뚜렷해 연금제도 개혁이나 양극화 문제, 저출산ㆍ고령화사회 대책 등 복지부의 당면 현안을 원활하고 성과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이를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김 수석이 꼽은 복지부의 당면 현안들 하나하나가 사려 깊고 통합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는데 유 의원은 그런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이 어떻게 후반기 국정을 이끌어가려는지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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