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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사랑에 대한 새로운 형식미 '퍼햅스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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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사랑에 대한 새로운 형식미 '퍼햅스 러브'

입력
2006.01.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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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예술 장르가 마르고 닳도록 애용하는 흔한 소재임에도 끊임없는 형식의 변주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들인 홍콩의 뮤지컬 대작 ‘퍼햅스 러브’도 제목에서 능히 유추할 수 있듯 역시나 사랑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랑 이야기의 전형을 답습하듯 등장인물 들은 삼각관계를 이루며 그 관계 속에서 고뇌하고 갈등의 폭발 점을 향해 치닫는다. 사랑이냐 야망이냐는 낡고 낡은 심적 갈등과 이로부터 파생된 이별도 예외 없이 끼어 든다.

그러나 ‘퍼햅스 러브’는 새롭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이야기 구조와 형식의 독창성에서 비롯된다.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퍼햅스 러브’의 뮤지컬은 극의 외형을 감싸는 화려한 겉포장에 불과하다. 정확이 말하면 ‘퍼햅스 러브’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고 영화를 통해 사랑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천사 몬티(지진희)는 두 남녀의 과거 잘못 편집된 사랑의 편린들을 찾아주기 위해 상하이의 뮤지컬 영화 촬영장을 방문한다. 영화의 주연배우는 홍콩의 스타 배우 지엔(진청우ㆍ金城武)과 중국의 유명 배우 손나(저우쉰ㆍ周迅). 손나는 상대역을 맡은 지엔을 데면데면 대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10년 전 베이징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방황하던 손나는 가난한 영화학도였던 지엔을 떠나 스타의 길을 걸었다.

마치 망각의 강을 건넌 것처럼 지엔을 철저히 외면하던 손나는 천사의 도움과 자신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영화 내용을 통해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을 되살린다. 두 사람이 추억의 되새김질을 통해 서서히 옛 관계를 복원하는 사이 손나에게 뜨거운 연정을 품은 감독 니웨(장쉐유ㆍ張學友)는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퍼햅스 러브’의 독창성과 완성도가 발휘되고 이루어지는 지점은 영화 속 영화가 세 남녀의 심리에 영향을 주고 그들의 미묘한 심정 변화가 다시 영화에 조금씩 틈입해 들어가며 내용을 변화시킨다는 데 있다. ‘퍼햅스 러브’에서 현실과 영화를 가로 막는 경계선은 없다. 현실은 영화를 껴안고, 영화는 현실을 부여안는다.

‘금지옥엽’과 ‘첨밀밀’을 통해 사랑이야기를 단단하면서도 매끈하게 풀어냈던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다. 지진희는 많은 장면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지만 세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며 각자의 갈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천사 역을 안정감 있게 연기해 눈길을 끈다. 영화 속 뮤지컬에서 펼쳐지는 군무와 서커스,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볼거리이자 들을 거리이다. 5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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