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지법이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강화하면서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예상되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유ㆍ무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사건 등에도 가급적 영장 발부를 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인신구속의 예외성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같은 불구속 수사 및 재판 확대는 형사사법절차의 인권보호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서울 중앙지법에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의 41%는 1심에서 무죄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받아 풀려났다. 이런 사람들을 최대한 미리 가려낼 수 있도록 구속 문턱을 높이는 것은 형사절차 민주화를 위해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신체의 자유, 특히 사회적 약자인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 보호는 진정한 민주 법치국가를 이루는 데 필수적 과제다.
따라서 법원의 영장 발부기준 강화는 수사기관의 불구속 수사노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닮은 일본과 독일의 구속피고인 실형 선고율은 서울 중앙지법의 통계와 비슷하다. 크게 다른 것은 실형 선고자도 절반 이상이 불구속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법기관의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피의자 구속률은 높다.
검찰도 불구속 수사를 확대한다지만 수사 효율과 범죄 억지를 앞세우는 신중론과 인신구속을 징벌로 여기는 일반의 법의식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은 모든 범죄 피의자를 약자로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구속ㆍ불구속 논란에 매달리기 일쑤다.
특히 보수와 진보를 가림 없이 논란 대상이 어느 편인가에 따라 인권과 정의의 깃발을 바꿔 흔드는 위선을 드러낸다. 왜곡된 인권감각을 바로잡고, 이름없는 피의자의 인권을 한층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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