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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기획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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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기획할 수는 없다

입력
200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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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시작됐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정신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자고 한다. 그런데 어떤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자동차 엔진의 전동 시동장치를 발명한 찰스 케터링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미래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 모두의 살아갈 날들이 미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로 다가와서는 과거로 사라진다. 순간순간의 결과의 축적이 미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미래 전략을 준비한다면서 소중한 오늘을 희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국가 경영자들은 과거사의 덫에 걸려 현재를 희생하고 있지 않은가. 19세기 후반 영국의 소설가 에드먼드 버틀러는 “신은 과거를 바꾸지 못하지만 역사가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지만 우리 사회에선 정치 세력이 과거사를 주무르려 든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면 모를까,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기획할 수는 없다”는 게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버크의 말이다. 실제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중앙청과 박물관으로 오래 사용해온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 없앤 문민정부는 오히려 외환 위기를 자초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참여정부는 어떤가.

더는 머뭇거릴 새가 없다. 다른 나라들이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세계 50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후진국이다.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선진국의 모습이 부럽지 않은가. 선진국에 다녀보면, 국부(國富)가 증가해야 비로소 사회적 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웃나라는 인명을 존중해 지방도로에 인도(人道)부터 확보하지만, 우리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손실의 대부분이 인도가 거의 없는 지방도로에서 발생한다.

경제의 파이가 증가해야 비로소 모두의 몫도 증가한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높은 5% 정도로 예상하지만 이런 성장률로 어느 세월에 2만 5,000 달러의 문턱을 넘어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부터 가져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큰 정부가 아니라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민간에게 맡긴다. 역사의 발전방향은 간섭과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자유화의 확대다. 이런 선진 비전이야말로 우리 후손의 미래까지 염두에 둔, 창의적이고 개방된 정신의 소산이 아니겠는가.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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