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인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철원평야에서 새를 촬영해 온 도연 스님(54)과 전각가 최재영(40)씨는 철원두루미축제가 열리고 있는 고석정 광장에서 ‘너희가 나를 아느냐’라는 제목으로 서각전과 사진전을 열고 있다.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새를 사람의 아름다운 영혼으로 보고 두루미 사진을 찍어 온 도연 스님이 바탕 그림을 그리고 최씨가 딱딱한 나무와 씨름하며 3개월 동안 공동 작업한 두루미 관련 서각 20점이다.
북한 땅굴이 있는 최전방 철원에 장수를 상징하는 평화로운 이미지의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가 찾아오는 아이러니에 주목한 두 사람은 작년 겨울부터 지장산 도연암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마리의 두루미, 500마리의 두루미, 1,000마리의 두루미를 하나씩 나무에 새겼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들은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지만 인간의 시각이 아닌 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나, 발이 시려울까 천연색 부츠를 신고 서 있는 의인화된 두루미 등 무겁지 않은 작품도 꽤 있다. 특히 일부 작품은 비무장지대 주변에 널려 있던 철조망 조각을 사용해 분단 현실을 알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도연 스님은 “철원이 두루미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마땅히 내놓을 만한 관광상품이 없어 작은 시도를 해 보았다”며 “앞으로 두루미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돼 야생 조수로 피해 보는 농민들이 보상받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분단의 철조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을 바라보며 통일의 염원을 새겼다”고 말했다.
철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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