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바깥 활동량이 그만큼 줄어 든 게 분명하다. 식탁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던 중 아내가 말했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올해 우리집에 달력이 하나도 들어온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 깜짝 놀라 “내 책상 위에 하나 있잖아.” 하고 말하자 그거 말고 부엌이고 거실이고 방이고, 벽에 걸어두는 달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집안에 벽걸이 달력이 하나도 없다. 젊은 시절 두 칸짜리 전세를 살 때에도 늘 방 숫자의 서너 배가 되는 달력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해가 갈수록 연하장 숫자만 늘어난다. 반성할 일이다. 요 몇 년 사이 내가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의례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일 것이다.
아들 말로는 내가 이제 꼰대가 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무슨 뜻이냐니까 다들 저 집에는 자기가 보내주지 않더라도 달력 들어오는 데가 있겠지, 괜히 이거 보냈다가 필요도 없는 것 보냈다는 소리 듣는 거 아니야? 하고 보내주지 않다 보니 정말 달력 하나 없는 집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쨌거나 집안에 달력이 없다. 그래서 내일 그걸 사러 나가기로 했다. 해가 바뀌었으니 값도 떨어지지 않았을까.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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