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암시하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딸이 검찰과 소방본부에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일 오후 6시께 정모(21ㆍ여)씨는 아버지(50)로부터 “남해 바닷가인데 먼저 떠난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양은 최근 아버지가 금전 문제로 괴로워했고, 삼촌 등에게도 같은 전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동통신사 위치정보시스템으로 정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지검 당직검사에게 긴급통신수사를 의뢰했으나 “범죄 수사와 관련 없는 자살기도건은 긴급통신조회를 할 수 없다”며 “이동통신사에게 통신사실 자료 제공을 요청하려면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행 법 규정”이라고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정씨는 다시 119상황실에 신고 후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역시 “자살시도는 긴급구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 규정상 자살 기도자 본인이 직접 위치추적을 의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튿날인 2일 오전 2시30분께 정양은 경남 남해경찰서로부터 “자살 추정 시체가 발견됐으니 확인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가 지금 목숨을 끊으려 한다. 법규 타령만 하지 말고 도와달라”는 정씨의 눈물은 냉정한 법 앞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방본부의 관계자는 “가출한 가족을 찾기 위한 허위 신고 등이 많아 자살 관련 위치 추적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끝을 흐렸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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