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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투자 걸음마도 못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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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투자 걸음마도 못 뗐다

입력
2006.01.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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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2004년 말 탄생한 사모투자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제도가 시행 1년이 됐지만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복잡한 제도적 규제도 문제지만 PEF를 운영할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근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황

PEF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실기업을 사들여 정상화한 뒤 비싸게 되파는 펀드를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왔던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 수많은 기업들을 외국계 펀드들이 인수한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자 이런 M&A시장에 진출할 ‘토종자본’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2004년 말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이 PEF제도 시행 1년을 맞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등록돼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PEF는 15개. 대형(3,000억원 이상) 6개, 중형(1,000억 초과~3,000억원 미만) 4개, 소형(1,000억원 이하) 5개이며 이들이 모집한 자금(출자약정금액)은 2조8,955억원에 이르는 등 외형은 어느 정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 다 보면 실망스럽다. 실제 납입된 금액은 3,387억원으로 약정금액의 11.7%에 불과한 실정. 더욱이 이 자금의 운용현황을 보면 M&A 시장을 이끄는 토종자본이라는 PEF 도입 취지는 더욱 무색해진다.

우선 이 자금 중 2,676억원이 중소기업 또는 제조업체인 9개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이 중 96.7%(2,586억원)가 M&A와 상관이 없는 ‘재무적 투자’에 쓰이고 있다.

즉, 1대 주주에 대한 지분 재매각을 조건으로 주식을 사들여 2대 또는 3대 주주로서 해당 기업에게 부족한 자금을 일시 지원하는 형태이다.

이마저도 현재 기업가치를 올리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중소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재개발에 치중돼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비싸게 파는 ‘전략적 투자’에 소요된 자금은 90억원에 불과했다.

◇부진 원인

금감원은 근본적으로 ‘PEF 운영 노하우의 부족’을 지목하고 있다. 전홍렬 부원장은 “전문성이 취약한 PEF운용사 직원들이 기업인수, 기업가치 제고 및 매각 등 전략이 필요한 작업보다는 손쉬운 재무적 투자를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들도 PEF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 증시 활황의 영향으로 장기투자 위험이 있는 PEF의 매력이 떨어지고, 시장에 나오는 M&A 물량이 감소하는 등 시장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간 점도 있었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엄격한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일례로 금융회사를 인수하려 할 때 출자금의 4배 이상의 자기자본유지를 요구하는 등의 요건은 사실상 PEF가 주요 대형 금융매물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히 ‘펀드 오브 펀드’제도를 활성화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PEF 간접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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