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3일 천연가스 추가 공급을 결정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진정되는 분위기이다. 러시아의 최대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에 대한 가스공급 중단 이틀만에 천연가스 9,500만㎥(약 2,500만 달러)를 추가 공급,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물량을 당초 수준으로 돌려 놓았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에게 본 때를 보여주려다가 오히려 국제적 신뢰도만 잃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가스 꼭지는 과거 냉전 시대의 핵탄두와 똑같다”며 “유럽이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로서의 러시아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는 “2006년 신상품은 러시아가 세계의 위협으로 지도에 재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화해 마음만 먹으면 유럽을 궁지에 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손해만 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의 조나단 스턴 소장은 “EU는 러-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중재안을 제시하고 러시아가 유럽의 좋은 파트너였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토마 고마르 연구원도 “러시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자국이 에너지 슈퍼 파워임을 국제 파트너들에게 명백히 보여줬다”며 “자신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인공이며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의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하다는 것을 웅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체 가스 소비량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당분간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최대 가스 수출국 노르웨이는 생산량이 한계에 도달해 했다. 실제 가스공급 중단 하루도 되지 않아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가 등 일부 국가가 가스 부족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당분간 유럽은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가능한 많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가스 전략 비축량을 크게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담당 대표는 이날 “협상 재개를 위해 양측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2주 내에 가격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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