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언제 대만전 선발로 서재응(뉴욕 메츠)을 낙점했다고 그랬습니까. 대만전에 통할 가능성이 좀 있다는 거죠.”
진정한 야구챔피언을 가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야구드림팀의 윤곽이 확정된 3일 한국대표팀사령탑 김인식 한화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투수든 야수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못박았다. “선수 기용은 오로지 대표팀 훈련 성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름값만 보고 출전시키지는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대만을 본선진출을 위한 타깃으로 삼으면서 선발 우선순위로 서재응을 언급했고, 컨디션을 이유로 미적대던 그를 위해 로스터 한 자리를 비워둘 만큼 두터운 신임을 보였던 만큼 김 감독의 반응은 다소 의외다. 김 감독은 “서재응을 신임한다기 보다 서재응류의 투수가 대만전에 실력을 발휘할 만한 능력이 된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모든 포지션에서 무한 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드림팀의 키플레이어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다소 의외의 선수이름이 나왔다. 좌타자로 호타준족의 SK 이진영(외야수)이었다. 김 감독은 “2루수를 수비수 위주로 뽑았기 때문에 대타, 대수비, 대주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이 3박자를 갖춘 선수가 이진영이다. 중요한 대목에서 뭔가를 해낼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실상부한 야구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해봐야 아는 거지, 지금 중요한 것은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티켓 두 장 중 한 장을 반드시 따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본선에 올라가야 목표가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대표팀 뿐만 아니라 한화구단 감독으로 1인2역을 해내야 하는 만큼 심신이 더없이 피곤할 수 밖에 없는 김인식 감독. 이 달 한화의 하와이 전지훈련을, 2월에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국가대표팀 훈련을 관장해야 한다. 태평양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고 2004년 겨울 뇌경색으로 한차례 고비를 넘겼던 만큼 그의 건강관리도 궁금했다. “추우니까 바깥에서는 운동을 못하고 집안에서 러닝머신이나 자전거타기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예상 꼴찌’ 한화의 돌풍을 일으켰던 재활용 공장장 김인식감독이 세계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지 기대가 남다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 한국팀, 日롯데 등과 4차례 연습경기
3월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 앞서 일본의 롯데 마린스 등을 상대로 4차례 연습경기를 갖는 등 야구드림팀의 훈련 일정이 확정됐다.
3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선수단은 내달 19일 베이스캠프지인 일본 후쿠오카에 집결, 이튿날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 구장에서 본격 훈련에 돌입한다.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후쿠오카 돔에서 팀 훈련을 벌이고 25일과 26일 오전 10시 국내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 게임을 펼친다. 27일 오후 1시에도 연습 게임이 있을 예정이나 상대는 미정. 28일 도쿄로 이동한 대표팀은 3월1일 도쿄돔에서 롯데 마린스와 마지막 연습 게임으로 경기감각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편 대표팀 배번은 박찬호(61), 김병현(49), 서재응(26), 이종범(7), 이병규(9), 김동주(18) 등 대부분의 선수가 현 소속구단 등 번호를 그대로 택했다. 경북고 선후배로 함께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엽과 배영수는 각각 36번과 25번인 자신의 등번호를 서로 맞바꿔 눈길을 끌었다. 롯데 에이스 손민한은 팀에서 달고 있는 61번을 박찬호가 가져가자 KBO에 강력하게 1번을 요구, 뜻을 이뤘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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