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대관령 옛길을 걷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에 새로 터널이 뚫리고 직선도로의 하늘다리가 놓인 다음 이태 동안 지나가보지 않던 옛길을 오늘 다시 밟는다.
혼자 밟는 것이 아니라 귀하고 반가운 손님들과 함께 밟는다. 전북 정읍의 중고등학교 국어 선생님들과 아이들 90명이 대관령으로 온다. 아마 선생님들은 예전에도 한두 번 대관령을 지나가 보았겠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처음 일 것이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귀한 아이들에게 내가 고등학교 시절, 잠시 학교를 그만 두고 올라가 고랭지 채소농사를 지었던 대관령을 안내하고, 그 아이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문학 이야기를 하고, 또 다음날 대관령 옛길을 걸어보는 프로그램이다.
10년 전 나와 함께 대관령 옛길을 걸어 할아버지 댁으로 갔던 우리집 큰아이는 씩씩하게 자라 이태 전에 입대했고, 바로 내일이면 제대를 한다. 아이가 제대해서 오는 날, 나는 먼 고장에서 찾아오는 예쁘고 귀한 아이들과 함께 다시 그 길을 걷는다.
내 마음 속에 대관령이 늘 큰 산으로 자리잡고 있듯 이제 이 아이들 가슴속에도 어느 겨울 매서운 날씨 속에 걸었던 대관령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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