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잠정집계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의 비중이 95년 45.3%에서 48.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역이 바로 전북이다. 전북 인구는 178만 명으로 18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는 가장 많던 1966년 252만 명에 비하면 70만 명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66년 350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979만 명으로 600만 명 이상이 늘었는데도 말이다.
옛날이야기 해서 무엇하랴. 전북에선 지난 10여 년간 내내 10만 명 단위로 인구 감소 카운트다운이 벌어지곤 했다. 200만 명대가 무너진다고 지역 신문들이 아우성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간 190만 명대도 무너지고 이제 180만 명대도 무너졌다. 매일 60명꼴로 전북을 떠나고 있다.
●인구 180만 명 선도 무너져
전북이 가장 심하다는 것일 뿐 인구 감소는 대부분의 지방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다.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눈물겨운 몸부림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출산 장려금 지원에서부터 전화요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내 고장 주민등록 갖기 운동’에서부터 ‘노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과 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인구를 빨아들이는 서울ㆍ수도권 블랙홀의 괴력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인구 밀도 낮게 사는 게 웰빙 아닌가? 행여 인구가 주는 지방에 가서 그런 소리 했다간 욕먹기 십상이다. “공기가 참 좋네요”라고 말하는 건 눈살 찌푸리면서도 봐줄 수 있지만, 대한민국 인구가 주는 건 걱정하면서 지방 인구 주는 건 웰빙이라고 한다면 욕먹어 싸다.
전북을 떠나는 사람들이 돈 벌어 서울 강남으로 간다면 전북이야 어찌되건 말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부분 전북에선 먹고 살길이 없거나 희망이 없어서 떠난다.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져 힘겨운 생존투쟁에 나선 이들에겐 인터넷 들어가 하소연할 시간도 없을 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들의 인권은 사회적 의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새만금의 조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아도 말이다.
혹자는 행정중심도시와 혁신도시라는 대안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 핑계 대고 정부는 수도권에 신도시 짓고 공장 허용하겠다는 등 용감무쌍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정책 결정의 분업 구조 때문일까? 모든 게 따로 논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수도권 인구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면 속이나 편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수도권 인구집중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걸 인정한다면, 그리고 그걸 해소할 뜻이 있다면, 제발 딴 나라 사람들처럼 모른 척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자.
●수도권 집중 해결의지 정말 있나
수도권 인구집중의 최대요인은 ‘먹고 사는 문제’와 더불어 교육이다. 왜곡된 기존 구조에 근거한 경쟁력 논리에 따라 수도권 대학이 비대해지고 지방대학이 축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행정중심도시와 혁신도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교통량만 늘리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대학 경쟁력 개념에 대해 정직하게 대응하자. 서울에 있다는 이유가 최대 경쟁력 요인임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연ㆍ고대 중 한 대학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학에 아무리 막대한 국가적 지원을 해준다 해도 그 대학은 서울에 남은 대학과 경쟁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전국의 대학들에 대해 똑같은 경쟁력 기준을 적용하는 게 과연 옳은가.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이전이 어려운 이상, 대학정원 과잉 문제 해결은 서울 소재 대학 정원 축소로 가야 한다. 지방대 교수가 이런 말을 하면 당장 날아오는 게 ‘밥그릇 지키기’ 혐의인지라 입 닫고 살고 싶지만, 오늘도 60명이 전북을 떠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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