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도 벌써 사흘이 흘렀다.
이곳 방송에서 서울 종로에 몰려 나와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으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연말연시를 보내는 두 나라의 스타일이 달라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매우 춥고, 운이 좋아야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 거리마다 캐럴이 울리고 자선냄비 종소리를 들으면서 연인들은 더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명동 같은 번화한 거리는 인파가 몰리고 분위기 있는 카페는 자리가 일찌감치 동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어딘가 나가서 친구들과 특별한 계획을 세워 밤새 놀아야 정말 뿌듯하게 보낸 느낌이 든다.
호주는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새 해 첫날까지 긴 휴가를 즐겼다. 이곳 크리스마스는 정말 덥다.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호주에서 보낸 첫 크리스마스 때 랭귀지 코스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시내를 한 번 멋지게 누벼볼 기대를 안고 저녁 늦게 차를 몰고 나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사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 없고, 차들마저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너무 허탈해 애꿎은 거리에다 소리 한번 크게 지르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 명절처럼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여 오붓하게 보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문화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었다. 선물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미리 가져다 놓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다들 모여 열어 본다. 또 점심에는 칠면조나 햄 종류의 음식을 준비해서 집이나 바닷가로 가서 가족끼리 식사를 한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복싱 데이(boxing day)’이다. 이날은 모든 상점이 대대적인 세일을 한다. 1년을 기다려온 호주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쇼핑을 하는 통에 모든 쇼핑센터가 주차 전쟁으로 홍역을 치르곤 한다.
그러나 12월 31일은 다르다. 새 해를 맞는 마지막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느라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한국은 추운 날씨에도 보신각 종소리를 기다리지만 호주는 후끈한 무더위와 폭죽과 함께 새 해 첫날을 자축한다.
이번 새 해에도 시드니에서는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하버 브리지에서, 내가 사는 골드 코스트는 해변에서 식구,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 순간을 즐겼다. 물론 아침 해돋이는 보너스였다.
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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