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부분 개각을 단행하면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에서 제외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정치권 안팎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노 대통령의 중용 의지가 강해 이르면 주내에라도 유 의원의 입각은 공식화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이날 유 의원 입각 발표를 유보한 것은 당 안팎의 ‘코드인사’ 논란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의 경우 10ㆍ26 재선거 참패 이후 개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복지부 장관 단수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유 의원 본인도 지난해 말 “입각 못하면 민망한 상황”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우리당 한광원 의원이 공개적으로 “당내 분열을 야기했던 인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실망스럽다”고 유 의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후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숨죽이고 있던 중도파 의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본보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코드 개각에 대한 지지는 10%에 불과했을 만큼 일반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유 의원 입각을 백지화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단지 시간을 갖고 정지작업을 하겠다는 태도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유 의원이 내각에 들어와 일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못박은 뒤 “당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대통령이 예의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입각에 대한 당청 협의절차가 없었던 만큼 이 과정을 거치는 성의를 표시해 반발기류를 무마하겠다는 뜻이다. 일방적으로 ‘유시민 장관’ 카드를 밀어붙였을 경우 새해 벽두부터 또 다시 당청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한 모양 갖추기 수순인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 우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탐탁치 않다. 한 재선의원은 “문제의 핵심은 절차가 아니라 유 의원 본인”이라며 “(청와대가) 진정 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당내에는 벌써부터 집단적인 반발 조짐까지 감지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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