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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가스공급 중단에 유럽 에너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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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가스공급 중단에 유럽 에너지 비상

입력
2006.01.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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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1일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 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한 겨울 에너지 대란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태의 이면에는 에너지를 자국 영향력 확대의 무기로 이용하려는 강대국의 논리가 숨겨져 있어 국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미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1일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지역 에너지 안보의 불안정성이 초래됐다”며 “러시아가 에너지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유럽 국가 수준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와 협상해 온 러시아는 구랍 31일 “3개월 유예 기간 동안 1,000㎥당 50달러의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이후 230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기초로 협상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부하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공급분인 하루 1억 2,000만㎥ 분량의 가스를 줄여 버렸다. 이 양은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이용하는 전체 분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유럽 수출량 3억 6,000만㎥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체 가스 소비량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이중 80%인 3억 6,000만㎥의 가스를 우크라이나 경유 파이프를 통해 들여오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사태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4일 25개 회원국 에너지 담당 관료들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국가들에서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영국 BBC는 “사태 이후 헝가리와 폴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받는 가스 공급량은 각각 최소 40%, 14%씩 줄어 들었고 오스트리아도 수입량의 30%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겨울을 날 정도의 천연가스를 비축하고 있어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영국 가디언은 2일 “장기화할 경우 수급 불안정으로 영국의 가스비가 상승할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공급분 감소를 두고 ‘도둑질’ 공방도 격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독점사인 가즈프롬의 세르게이 쿠프리아노프 대변인은 2일 “우크라이나가 1일 가스관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량 중 1억㎥를 가로 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유리 예카누로프 총리는 “단 1㎥의 러시아산 가스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러시아가 가스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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