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이아몬드 산업의 메카 벨기에 앤트워프가 저물고 있다.
앤트워프는 5세기 동안 다이아몬드로 영화를 누린 항구도시다.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이주해온 유대인들이 앤트워프를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세공 및 거래의 메카로 키웠다.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80%, 가공석의 절반은 앤트워프를 거쳐가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일 앤트워프가 다이아몬드 산업의 무게 중심을 인도에 빼앗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석 가공산업도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갖춘 인도와 중국이 세계의 생산 기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도는 18세기 브라질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일한 다이아몬드 생산지였다.
특히 다이아몬드 세공 분야에서 위축이 두드러진다. 앤트워프는 1970년대에는 도시 인구의 5%인 2만5,000명이 다이아몬드 세공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800명도 채 안 된다.
벨기에인 상인들도 다이아몬드 세공 공장을 인도에 차리고 있는 추세다. 대신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적 전문성과 품질 관리를 토대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다이아몬드 가공으로 특화했다.
다이아몬드 거래상 아서 랑거만은 “5분의1의 인건비로 보석을 가공할 수 있는 인도와는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다”며 “그러나 올리브그린, 핑크 등의 유색 다이아몬드와 큰 크기의 화이트 다이아몬드처럼 수백만 달러짜리 진귀한 보석은 여기서 가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인들은 이제 26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상권도 주름잡고 있다. 기술을 배울 세공 기술자를 보내던 데서 나아가 70년대부터 인도인들이 직접 가게를 차리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거리에 걸려있는 문패에서는 ‘번스타인’‘골드버그’‘그린스펀’ 등 유대인 이름보다는 ‘샤’‘간디’ 등 인도인 이름을 찾기가 더 쉽다. 인도인들은 앤트워프에서 이뤄지는 다이아몬드 거래의 3분의2를 장악했다. 반면 이 거리의 주인이었던 유대인의 비중은 4분의1로 줄어들었다.
아랍 에미레이트연합의 두바이도 거래소 등 관련 시설 설치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격적으로 다이아몬드 중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앤트워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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