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이 병술년 신년정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유력 정치인들이 새해 벽두부터 경쟁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5ㆍ31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문제가 공론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최소한 그때부터 논의를 본격화해야 2007년 대선 이전에 개헌을 완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 또한 권력구조 개편론을 중심으로 어느 때보다 폭 넓게 형성돼 있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정치권에선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번 개헌론은 지방선거 이후 개헌이 단순한 애드벌룬이 아니라,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개헌론의 첫 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폈다. 김 전 대통령은 1일 MBC와의 신년인터뷰에서 “1987년 당시 야당들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지지했지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5년 단임제를 들고 나와 반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5년 단임제는 세계에 유례도 없고 중간평가를 받을 기회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론이다.
이해찬 총리도 2일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헌법 개정은 통일 등 국가발전 방향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구조는 물론이고 시대변화에 맞게 대북 관계 및 국가정체성에 관한 부분도 손질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전개될 경우 세대간, 계층간, 보혁간 갈등으로 나라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선주자 중에선 고건 전 총리가 새해에 맨 먼저 입장을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대통령 임기 5년과 국회의원 임기 4년이 서로 엇갈려 거의 해마다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이는 국력의 낭비”라며 “2008년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임기를 같이 시작하니까 이번에 임기를 맞추기 위한 개헌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각제는 분단현실에서 적합치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다양한 개헌논의의 문호를 열어놓은 바 있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권 주요 포스트에서 이 같은 개헌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은 개헌을 위한 기본 여건이 마련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 개헌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권력구조개편 문제가 대선주자들의 이해와 직결돼 공통분모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정치권의 필요에서 출발한 개헌논의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 등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만약 여야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개헌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국회의 개헌안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확보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일부 대선주자가 “개헌 문제는 대선공약으로 내놓으면 된다”며 개헌논의를 차기정권으로 이월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