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집단으로 기업을 꼽았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7~28일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집단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 44.6%, 중소기업 17.5%를 포함해 기업이라는 응답이 62.1%나 됐다.
반면 경찰(2.9%) 검찰(1.6%) 청와대(1.4%) 행정부(1.1%) 법원(1.1%) 학계(0.5%)의 기여도는 매우 낮게 나왔다. 기업은 잘 하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의 혼선과 무능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부(國富) 창출의 일등 공신으로 인정 받았지만 기업들은 지난 한 해 모질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기업인 대부분에게 경영 안팎으로 힘겨운 해였다. 지난해 초 ‘경제 올인’을 다짐한 노무현 대통령의 1년 결산 성적표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4% 미만 성장으로 끝난 것도 이 같은 기업의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당연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영하권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국민이 경제가 살아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안고 병술년을 맞았다. 지난 몇 년간 호주머니는 비고 살림살이는 쪼그라 들었기에 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욱 간절하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국정의 초점이 경제 살리기에 모아져야 한다는 각계의 주문도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다. 정책 당국이 지표 위에 그리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서민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경기 회복이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는 경기가 내리막일 때 출발했지만, 올해는 회복조짐 속에 새해를 맞았다는 점이다. 미세하게나마 지펴진 성장의 불씨를 잘만 살려 나가면 따뜻해지는 아랫목의 온기를 윗목까지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무역규모 5,000억 달러를 달성하고 1인 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향해 달려가는 무역대국으로서,‘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게 꿈 같은 일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메모리 반도체와 철강, 조선부문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품질이 월등히 나아진 국산 자동차는 외국 라이벌 업체에 경각심의 대상이다. 정보기술(IT) 부문은 ‘디지털 코리아’라는 자부심 그대로 세계를 리드, 한국의 표준이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IT와 생명공학(BT)이 나노기술(NT)과 융합돼 미래의 성장엔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본격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해외 유력 투자은행과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1개 차세대 성장국가 중 단연 돋보이는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영국의 아시아지역 투자 전문 컨설팅업체 EABC의 전망은 더 희망적이다. 한국이 2025년에 인구 8,000만의 통일국가로 세계 7, 8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가 성장 동력의 핵심이 기업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렇다면 성장 엔진을 가속시키고 기업이 마음껏 도약할 수 있도록 기를 살리고 의욕을 북돋아 주는 게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온갖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야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아날 수 없다. 올해가 기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산되고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창민 산업부장 cm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