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어느 분야보다 성별의 벽이 두터웠던 정치권에도 여풍은 예외가 아니다. 현재 국회의원 299명 중 여성 의원은 41명(13.7%). 지난해 4ㆍ15 총선 때 도입한 ‘비례대표 50% 여성 의무 할당제’에 힘입어 대거 국회에 입성한 뒤 이제 정치권에 안착하는 단계다.
일등 주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그는 부드러운 여성적 리더십이 아닌 남성보다 더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의 원내ㆍ외 ‘입’도 전여옥 대변인과 나경원 공보 부대표 등 모두 여성이었다.
내년엔 여성 도백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김영선 최고위원과 전재희 의원이 5월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기지사 후보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조기숙 홍보수석은 정치권 최고의 이슈메이커 중 하나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여성 정치인들은 정책 분야에서 특기를 발휘, 국감 때마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우리당 박영선, 김현미 의원과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올 국감에서 성역과도 같았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과감히 파헤쳐‘삼성 킬러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중국산 기생충 김치 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 것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다.
그러나 당직 등 정책이 아닌 순수 정치 영역에선 여성 의원들이 사실상 배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 의원들이 텃세를 부리는 탓도 있지만, ‘당직 여성 할당제’를 비롯한 ‘소수자의 특권’에 기대 안주하려고 하는 등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여성 의원의 적(敵)은 여성 의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 의원들끼리 유난히 단결이 안돼 여성 관련입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국회 밖 여성 단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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