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신년 인사 난과 연하장을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 대신 이강두 최고위원이 받다.
#장면2: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말 ‘반쪽 국회’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반면 한나라당은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다.
병술(丙戌)년 새해 첫날 정치권은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인사와 덕담을 주고 받았지만, 실질적 화해와 상생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산행과 해맞이, 자택개방 등 대망을 다지는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 발걸음만 분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전직 대통령들에겐 이병완 비서실장을, 여야 정당 대표들에겐 김병준 정책실장을 보내 ‘근하신년’이라고 적인 난과 연하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신년인사를 대신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만 직접 예방하고, 전두환ㆍ노태우ㆍ최규하 전 대통령에겐 정태호 기획조정비서관을 보냈다.
청와대측은 “YS 때는 이 실장이 청와대 출입 기자였고, DJ 때는 비서관을 지낸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날 올 한해 큰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자며 ‘천지교태(天地交泰ㆍ하늘과 땅히 크게 화합한다)를 신년 화두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한화갑 대표, 민노당 권영길 대표를 만나서는 노 대통령의 난과 연하장을 직접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만나지 못했다. 그를 맞은 사람은 이강두 최고위원이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장외투쟁의 와중에 한가하게 대통령의 난이나 받고 있을 수는 없다는 박 대표의 생각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각 당의 단배식에서도 진정한 화해의 기운은 찾기 힘들었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작년 12월31일 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을 야3당과 함께 처리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다”며 “이제 우리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그러나 “나라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어떻게 호국영령 앞에 얼굴을 들 수 있겠냐”며 장외투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다”(정 의장),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한해가 돼야 한다”(박 대표)는 다짐이 말의 성찬에 그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한 대표는 “지방선거 준비를 완료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고 강조했고, 민노당 권 대표는 “국민소득 2만달러에 앞서 사회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선후보들에겐 바쁜 하루였다. 조만간 우리당으로 복귀할 예정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DJ와 김원기 국회의장을 찾아 새해 인사를 하고, 오후에는 가족과 함께 서울 인근의 산에 올라 당 복귀 이후 구상을 가다듬었다.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은 경북 포항의 호미곶을 찾아 해돋이를 지켜보고 포항제철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한 뒤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박 대표는 공식일정만 소화한 뒤 자택에서 사학법 무효화 투쟁 등 신년 정국구상에 들어갔다. 지난해 ‘청계천 특수’를 누렸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공관을 개방해 적극적으로 손님을 맞았고, 손학규 경기지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직 대통령 등 국가 원로들을 방문했다. 고건 전 총리는 YS를 찾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정계은퇴 이후 처음으로 자택을 공개해 당내 대권주자 및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등을 만났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투쟁에 대해 “정파적 이해를 떠나 야당으로서 잘 하고 있다”고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전직 대통령들도 각계각층의 방문객을 맞았다. 지난해 폐렴증세로 두 차례나 입원했던 DJ는 동교동 자택에서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여야 정치인들의 신년인사를 받았다. 아침 일찍부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해찬 총리, 천정배 법무부 장관, 우리당 및 민주당 지도부, 한나라당 김덕룡ㆍ맹형규 의원 등과 면담했다.
DJ는 지난해 말 국회파행 사태를 염두에 둔 듯 “정치란 일방 독주하거나 반대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충고했다. 신년휘호로 ‘민주주의’를 써 거실에 걸어놓은 YS는 고 전 총리와 손 지사, 이한동 전 총리, 상도동계 인사들을 맞이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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