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정보통신부문을 총괄하는 이기태(58) 사장의 이름 앞에는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세계인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꿈의 제품이 된 애니콜의 성공신화는 바로 이 사장의 성공스토리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49억5,000만달러. 이 가운데 70% 이상이 애니콜의 몫이라는 평가다.
애니콜이 국내외적으로 최고급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잡은 배경에는 이 사장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안파는 것도 마케팅’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는 그의 전략은 독특한 ‘강아지론’과 ‘쇠뿔론’으로 대변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이 이론을 끄집어냈다. 그는 “어릴 때 시골 장터에서 어떤 할머니가 강아지를 5,000원에 팔았다. 내가 강아지를 3,000원에 깎아달라고 했더니 보자기에 싸서 도로 가져갔다”며 “제 값을 받지 못하면 안 파는 고집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아지론이다. 쇠뿔론도 비슷하다. “장에 소를 팔러 가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그냥 소 얼굴 한 번 쳐다보고 뿔 쓰다듬은 뒤 돌아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고의 제품을 자신하는 만큼 반드시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그렇다고 이 사장이 높은 가격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애니콜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세계 각지를 뛰어다니며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다. 대표적인 것이 첼시 마케팅. 영국의 프로축구팀인 첼시 후원을 통해 애니콜을 유럽에 널리 알렸다. 또 명품 휴대폰 세린을 출시하는 등 해외 명품 브랜드와 제휴 및 공동 마케팅을 통해 명품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이 사장은 올해 연간 휴대폰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하며 정보통신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IEEE 산업리더상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IEEE산업리더상은 매년 통신장비, 휴대폰, 서비스 개발에 큰 공을 세운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이 사장은 내년에도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신기술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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