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무모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일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결국 여성이라는 핸디캡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영화감독 방은진(40)씨에게 2005년은 잊을수 없는 한 해였다. 그는 지난 10월 개봉한‘오로라 공주’로데뷔한 신인 감독이다. 하지만‘올해의 여성 영화인상’과‘영평상 신인 감독상’을수상한 이력만 보더라도‘한국 영화계의 숨겨진보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배우 출신으로서, 그것도 여성으로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영화계 현실을 고려할 때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이라는게무슨 징표처럼 무형적인효과가 있나 봐요. 촬영할 때는 여성이라는 점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감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이미 연극 무대와 영화‘태백산맥’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았지만나이가 들면서 여배우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듯한 위기감이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99년 단편 영화 연출부 보조부터 시작해 캐스팅 디렉터, 조감독 등을 거치며 현장 경력을 쌓았다.
그는 감독으로서 여성이라는 사실이 장점이 훨씬 많다고 한다. “조명, 기술, 연출 등촬영 현장에 여자 스태프가 없는 곳은 거의 없어요. 개인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특별히 여성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여성 특유의섬세함 덕분에 인물의 심리 묘사나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고 생각해요.”
다만‘연기나 하지 여배우가 무슨 감독을…’하는 소리를 들을까 조심스러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을 강조했다. 촬영 현장 구석구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문제점에 대해 토의하고 해결책을마련하는 과정을 통해 감독 호칭 앞에 덧씌워진 ‘여자’라는 편견을 걷어낼 수 있었다.
방감독은 현재몇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다음 작품을 정하지는 않았다. 당분간 촬영 때문에 소홀했던 후배 가르치는일(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에 충실할 계획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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