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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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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의 해

입력
2006.01.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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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학자들에 따르면, 개는 구석기 시대인 BC 1만2,000년께 가축이 되어 인간과 더불어 살아왔다. 야생 늑대를 길들였다는 주장과, 먹을 것을 찾아 개 스스로 축화했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심리학적으로 개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기적이고 비열하며 신의가 없는 재칼의 혈통과, 착하고 충직한 늑대의 혈통이다.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학자 파블로프는 개를 연구하여 유명한 조건반사 이론을 세웠다. 개 19마리가 그의 수술대에서 죽어 나갔다. 그는 말했다. “개는 인간의 성장을 가장 많이 도운 동물이다.”

▦ 병술년(丙戌年) 개띠 해가 밝았다. 동양인은 개띠 해에 태어나는 어린이를 개의 운명과 성격에 결부 시켜 풀이한다. 개띠 사람을 충복, 심부름꾼, 지킴이로 여긴다. 재칼의 비열함보다 늑대의 선함을 보고자 하는 셈이다. 인간은 근래 100~200년 사이에 1,000여종의 다양한 견종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마지막에 먹거리로 희생되던 개도 이제는 많이 그런 운명을 벗어났다. 그러나 개의 ‘보신탕’ 역할을 인정하는 사람과, 이를 잔혹한 구습으로 비판하는 이들 간의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개의 해를 맞아 ‘우리의 오랜 친구, 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마련된 이 전시회에는 개가 새겨진 항아리나 접시, 해시계, 거울 등 희귀한 골동품들이 출품되었다. 이 중 ‘오동나무 아래 달을 보고 짖는 개’ 그림은 4 점이나 된다. 장승업 안중식 등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상서로움의 상징인 오동나무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데, 모양 좋은 삽살개가 달을 향해 목을 빼고 컹컹 짖고 있다. 가을 달빛이 한껏 견심을 유혹하여, 적막함을 견딜 수 없게 하는 모양이다.

▦ 민화작가 서공임 씨도 3일부터 한국일보사 갤러리에서 개 그림을 선보인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성의 개, 꽃나무 아래 고양이와 장난치는 개, 기대 졸고 있는 앙증맞은 강아지 등의 민화가 정겹다.

사나운 개들도 있다. 집안을 수호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개다. 지킴이 개들은 눈을 세 개나 부라리며 주인집을 재난에서 보호한다. 개 덕분에 인간은 보호 받고 정서적으로 외롭지 않다. 12년만의 개띠 해가, 보신탕문화를 포함한, 개와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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