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보는 명승부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은 조 편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만 전세계 축구팬들은 예선부터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빅 팀들의 격돌을 만끽할 수 있다.
최고의 빅 매치는 ‘죽음의 조’ C조의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전(6월22일 오전4시). 세계랭킹 3, 4위인 우승후보의 대결이라 미리 보는 결승전이나 진배없다. 역대 전적에서 네덜란드가 3승1무1패로 앞서 있으나 개인기가 앞선 아르헨티나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는 2002월드컵에서 각각 예선탈락과 16강 진출실패로 이번 대회에 ‘독기’를 품고 나섰다. 더욱이 예선 마지막 경기로 16강 진출 또는 조 1, 2위 결정전이라 대접전이 불가피하다.
두 팀간의 대결은 빅 스타들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에는 프리미어리그 골잡이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인트호벤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은 아르옌 로벤(첼시)이 버티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에르난 크레스포(첼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포진하고 있다.
E조에서는 이탈리아와 체코의 충돌(22일 오후11시)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랭킹 2위지만 시드를 받지 못한 체코가 E조에 배정되면서 12위 이탈리아가 잔뜩 긴장한 상태. 역대 전적도 2승1무2패로 박빙. 이탈리아가 홈에서 열린 34, 90년 월드컵에서 체코를 꺾었으나 유로1996에서는 체코가 이탈리아에 빚을 갚았다. 월드컵예선 14경기에서 37골로 유럽 최강의 공격력을 보여준 체코와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대결은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격돌이다. ‘체코의 영웅’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가 파비오 칸나바로 등 이탈리아 동료와 펼칠 미드필드 쟁탈전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B조의 축구종가와 바이킹간 라이벌전(21일 오전4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글랜드는 스타군단을 보유하고도 스웨덴의 조직력을 뚫지 못해 86년 이후 1승6무4패의 열세를 보였고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에서는 아예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스벤 예란 에릭슨 잉글랜드 감독은 2002년에 이어 또다시 조국 스웨덴을 같은 조에서 적으로 맞서야 하는 기묘한 운명에 맞닥뜨렸다.
호주와 일본의 외나무다리 대결(12일 오후10시)은 비록 약팀간의 대결이지만 여러가지 점에서 흥미를 돋운다. F조에서 브라질, 크로아티아 등 강팀이 버티고 있어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호주와 일본 양측 모두 상대를 반드시 잡아야 조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90년 이후 5승2무2패로 일본이 앞서고 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호주의 사령탑을 맡고 있어 또 한번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16강 진출 시나리오
6월1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광화문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과 4,000만 국민의 눈길은 2006독일월드컵 G조 토고와의 1차전이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발트스타디움으로 쏠렸다.
프랑크푸르트는 차범근(수원감독)-차두리(프랑크푸르트) 부자와 인연이 깊어 축구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도시였다. 스티븐 케시 감독이 이끄는 토고는 한국이 1차 목표인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승 제물로 삼아야 할 상대였다. 하지만 아프라카팀들은 유연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90년대 이후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전례가 많아 방심은 금물이었다.
해외전지훈련 등 2개월간의 피 말리는 경쟁을 뚫고 그라운드에 나선 태극전사들도 설렘과 자신감으로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한국은 설기현-안정환-차두리를 앞세운 스리톱으로 토고 문전을 두드렸으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설기현의 왼발슛과 박지성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히는 불운마저 따랐다.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아드보카트 감독은 새내기 조원희와 김영철을 불러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면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 아드보카트호는 후반 16분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골게터 아데바요르를 봉쇄하던 김영철과 유경렬의 수비라인이 스루패스 한방에 뚫리면서 기선을 빼앗겼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곧바로 설기현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 반격에 나섰다. 안정환, 이영표의 슛은 무심하게 골대를 비껴갔고 전광판 시계가 45분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마지막 공격이라고 작심한 듯 이영표가 왼쪽 측면을 치닫더니 안쪽으로 파고 들며 문전으로 쇄도하던 안정환에게 자로 잰듯한 패스를 내줬고, 안정환은 오른발 터치슛으로 동점골을 잡아냈다. 1무.
프랑스가 스위스를 2-1로 꺾었다는 소식을 접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장고 끝에 프랑스전 전술을 내놨다. ‘선수비 후역습’. 19일 오전 4시 라이프치히 젠트랄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프랑스전은 밀고 밀리는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일월드컵에서 망신을 당한 프랑스는 명예회복을 내걸고 지단을 합류시키는 등 기세등등 했으나 명성에 비해 부족한 골결정력과 주전들의 체력저하가 아킬레스건. 한국은 허리부터 예봉을 차단하라고 김남일에게 주문했고, 작전은 맞아떨어져 공방전 끝에 승부(0-0)를 가리지 못했다. 반면 스위스와 토고전은 스위스의 3-2 승리.
프랑스(1승1무ㆍ승점 4), 스위스(1승1패ㆍ승점 3)에 이어 2무(승점 2)로 3위에 랭크된 아드보카트호는 벼랑 끝에 몰렸다. 스위스를 잡아야 자력으로 16강에 진출이 가능한 상황. 24일 오전 4시 하노버 니더작센스타디움. 16강 티켓이 걸린 만큼 양보 없는 접전이 벌어졌다. 수 천명에 달하는 자국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은 스위스가 먼저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종료 직전 스위스의 영웅 알렉산더 프라이가 선취골을 뽑아낸 것. 한국 벤치의 표정도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락커룸에서 몇몇 선수를 따로 불러 귓속말로 지시를 내렸고, 홍 코치는 선수들과 일대일 대화를 통해 전반전 실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남은 시간은 45분.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후반 오른쪽 윙플레이어로 자리바꿈한 박지성은 측면을 돌파하며 잇달아 크로스를 올렸다. 후반 22분 박지성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주영이 반박자 빠른 슛으로 극적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기사회생한 한국은 이어 더욱 거세게 몰아쳤고, 승리의 여신도 한국을 향해 미소지었다. 반드시 승점 3이 필요한 한국은 인저리타임때도 총공세에 나섰고, 결승골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박지성의 패스에 이어 안정환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던 김남일이 회심의 왼발슛을 때렸고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2-1 역전승. 1승2무, 프랑스(2승1무)에 이어 조2위로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홍명보 코치는 서로 얼싸안았고, 태극전사들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기차놀이를 하며 붉은 악마 응원단과 기쁨을 나누었다. 기쁨도 잠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뇌리에는 벌써 H조 1위로 16강에 올라간 스페인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독일 월드컵 스타는 누구
독일 월드컵에서 전세계 축구 팬들을 사로잡은 슈퍼 스타는 과연 누구일까. 이번 대회는 현재 세계 축구계를 주름 잡고 있는 기존 스타들과 새롭게 월드컵 무대를 밟는 ‘신성’들의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구 세력의 간판은 브라질의 간판 스트라이커 호나우두(29)를 비롯해 프랑스의 자존심 지네딘 지단(33), 잉글랜드의 뉴스메이커 데이비드 베컴(30ㆍ이상 레알 마드리드), 홈팀인 독일 축구 대표팀 주장 미하엘 발락(29ㆍ바이에른 뮌헨) 등이다.
두 차례의 월드컵 출전에서 12골을 기록한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를 통해 독일의 게르트 뮬러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다골인 14골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과 같은 G조에 편성된 프랑스를 이끌고 있는 지단의 움직임도 국내 팬들의 큰 관심사다. 지난 한일월드컵에서 대회 직전 허벅지를 다쳐 본선서 단 1경기 밖에 뛰지 못했던 지단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명예 회복의 기회로 벼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월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베컴은 이번 대회에서 조국 잉글랜드에 우승컵을 안기고 영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각오다. 이탈리아의 ‘판타지 스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31ㆍ유벤투스)와 스페인의 ‘폭격기’ 라울 곤살레스(28ㆍ레알 마드리드), 98월드컵의 야신상에 빛나는 프랑스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즈(34ㆍ마르세유), 한일 월드컵 MVP 골키퍼 올리버 칸(36ㆍ바이에른 뮌헨) 등도 독일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독일 월드컵을 뒤흔들 신성의 대표 주자는 올해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 득점왕과 MVP를 차지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8ㆍFC바르셀로나). 그는 최근 유럽의 스포츠 전문 채널인 유로스포트가 뽑은 내년 시즌 세계 축구계 판도를 뒤흔들 10명의 신예 스타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공격수 호비뉴(21ㆍ레알 마드리드)도 주목의 대상이다. ‘작은 펠레’로 불리는 그의 빠른 발과 환상적인 드리블은 세계 축구계의 중심을 호나우두에서 호비뉴로 이동시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축구 신동 ’ 웨인 루이도 베컴과 함께 조국 잉글랜드의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첫 상대인 아프리카 토고의 특급 스트라이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1ㆍAS모나코)도 빼놓을 수 없는 신예다. 유연성과 골 결정력을 겸비한 아데바요르는 아프리카 예선에서 11골을 터트리며 토고의 돌풍을 이끌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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