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2004년 사이언스에 실린 1번 줄기세포도 체세포 제공자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인간복제배아 줄기세포 1번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방영된 PD수첩 2탄에서 2004년 연구에 참여했던 제보자는 “1번 줄기세포는 처녀생식 돌연변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즉 난자에 체세포가 결합된 복제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처녀생식(난자와, 난자에서 분열된 다른 세포가 결합해 발생하는 것)에 의한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가정이다. 이 경우 줄기세포를 만들 수는 있지만 환자 것을 복제한 것이 아니어서 치료용 임상의 가치는 사라진다.
처녀생식 여부는 DNA지문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체세포 복제에 의한 줄기세포는 체세포와 마찬가지로 유전자부위(마커)마다 2개의 DNA지문(부모로부터 각각 물려받은 양쪽 염색체의 DNA)이 검출되지만 처녀생식은 2개 아닌 1개의 DNA지문이 검출된다는 설명이다.
또는 1번 줄기세포가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아닌 그냥 수정란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보관 중이던 1번 줄기세포와 한국세포주은행에 보관 중이던 1번 줄기세포의 DNA분석 결과 체세포 공여자의 DNA지문과 일치하지 않고, 분석을 의뢰한 체세포의 DNA는 논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역시 2005년 논문과 마찬가지로 체세포만 갖고 DNA지문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황 교수팀은 “1번 줄기세포도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번 줄기세포가 수정란 줄기세포로 확인되면 누구 책임이든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은 당연히 철회된다.
위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1번 줄기세포는 제 3의 기관에서 분양받은 수정란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다. 그냥 세포를 암세포처럼 영구히 분열토록 처리한 일반 세포주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냥 세포주는 줄기세포와는 특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갖고 연구했던 공동 연구자들이 모르고 넘어가기는 어렵다.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려면 1번 줄기세포의 DNA지문분석 결과가 공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줄기세포가 과연 처녀생식의 패턴을 보이는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일치하는지, 또는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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