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지단 한판 붙어보자.’
‘축구 천재’ 박주영(서울)이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맞붙을 프랑스의 걸출한 스타들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평소 티에리 앙리의 면도날 같은 득점력과 지네딘 지단의 환상적인 드리블을 닮고 싶다고 말해 왔던 만큼 월드컵에 임하는 그의 각오가 얼마나 단단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15일 아드보카트호에 합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박주영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월드컵 본선 3경기 가운데 1경기에만 뛰라면 프랑스전에 나서고 싶다”며 “평소 동경해왔던 선수들과 맞붙는다는 것 자체로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경기도 이기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영광스런 무대다. 잘 준비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대학(고려대) 선배인 이천수(울산)에게 K-리그 MVP(최우수선수)자리를 내줘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오히려 이런 쓰라린 경험이 독일 월드컵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통해 우뚝 서야겠다는 오기를 다지게 했다.
때문에 그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까지 마다하면서 몸만들기와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열중해왔다. 당장 아드보카트호의 해외 전지훈련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컸다. “유럽 선수들에게는 기술이 잘 통하지 않는다”거나, “몸싸움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등등의 얘기에 일일이 신경을 쓰기 보다는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모든 것을 입증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사실 청소년 대표시절이기는 하지만 2004년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및 스위스 선수들과 맞대결해 본 결과,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올해 박주영에게 독일 월드컵은 희망 그 자체다. 지단처럼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면서, 앙리 못지 않은 킬러본능을 과시한다면 꿈에 그리던 유럽 빅리그 진출 등 새로운 축구 인생이 자연스럽게 열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10차례 전지 훈련 평가전에서 스트라이커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해야 한다. 박주영은 “기존에 보여줬던 기술 말고도 과감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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