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이 잡귀와 병, 도깨비를 물리치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은 개, 세화(歲畵) 보면서 새해 복 기원하세요.”
민화작가 서공임(45)씨가 병술(丙戌)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길상화(吉祥畵) 초대전’을 개최한다. 십이지(十二支)의 11번째 동물인 개는 서씨가 해온 띠 그림 전시 중에서 4번째. 1998년 호랑이를 시작으로 2000년 용, 지난해에는 닭 전시회를 열었다.
“신성시 여기는 동물들은 다 한 셈이지요. 이번에는 각기 눈과 귀를 네 개씩이나 그려넣어 집 지킴이로서의 기능을 부각시킨 개와 잡귀를 잘 쫓는 백구, 다산과 풍년을 기원하는 황구 등을 해학적으로 표현했어요.”
울퉁불퉁 재길감이 드러나는 두꺼운 한지 요철지에 분말물감으로 그려진 개들은 동그란 눈에서부터 순박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든다. 강아지 몇 마리를 품고 있는 어미 개를 그린 ‘모견도’에서는 진한 모성애가 느껴지고, 새빨간 혀와 세 개의 눈이 달린 개를 그린 ‘신구도’ 에서는 재앙에 맞서는 강인함이 전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 그림 20점 외에 용, 호랑이, 닭 등 십이지신도 20점도 함께 소개된다.
동네잔치 때 자주 보던 병풍 속의 민화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 19살이 되던 해 무작정 어느 화실에 찾아가 7년간 접시 닦고 청소하는 허드렛일을 하며 민화의 기본을 배웠다. 그렇게 시작해 틈날 때 마다 청계천 헌 책방에 가서 민화 그림을 수집하고 박물관도 다니면서 눈을 틔우고 솜씨를 닦았다.
“그러기를 벌써 25년입니다. 어릴 때 본 그림 중에서 특히 모란 병풍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느낌이 강렬했지요. 그게 아마 민화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이 밥과 된장을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안 나는 것처럼 제겐 민화가 그렇습니다.”
연중무휴로 작업실에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한다는 그는 그저 민화에만 푹 빠져 살았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보통 밤 10시까지 작업을 하지만 전시 직전에는 새벽 2시고 3시고 없다. 그래서 였을까. 10년간 준비해 지난 96년 열었던 첫 개인전 이후 9년 동안에 무려 11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지요. 모든 게 너무 서구식으로 변하다 보니 우리 민화가 소외되는 것 같아 속상했는데, 이제 조금씩 관심이 느는 것 같아 요즘은 더 힘이 납니다. ”
동방대학원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동국대학교에서 일주일에 15시간씩 민화강의도 하고 있는 서씨는 “힘들게 10년 넘게 발로 뛰어다니며 얻은 지식을 새로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월3일부터 2월5일까지. (02)724-2613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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